대를 이은 '인연'…참전용사촌 '한글 공부방'

대를 이은 '인연'…참전용사촌 '한글 공부방'

2015.08.29. 오전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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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국은 한국전쟁 당시 아시아 국가에서 유일하게 육·해·공군 8천여 명을 파병한 나라입니다.

65년이 흐른 지금 방콕 외곽에 있는 참전용사 마을에서는 그 후손들이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배움의 열기로 가득한 한글 공부방에 김기성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선생님의 시범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따라 합니다.

변변한 책걸상도 없는 좁은 교실이지만 배움의 열정을 꺾진 못합니다.

앳된 초등학생부터 흰머리 지긋한 할머니까지 '한국어'를 매개로 친구가 됐습니다.

[화이다 빠따나푸미, 한국전 참전용사 3세]
"한국어를 배우는 게 즐겁고 재밌어요. 함께 배우는 친구들과 서로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람 인트라 지역 한국전 참전용사 마을에 한글 공부방이 생긴 것은 3년 전 일입니다.

우연히 이 마을을 방문한 동포 박원식 씨가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길을 찾다가 자비를 털어 공부방을 열었습니다.

[박원식, 한국어 교사]
"참전 용사 가족들을 만나고 나서 '이분들이 정말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구나'를 느꼈습니다."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진행되는 한국어 교실에는 학생 30여 명이 찾아옵니다.

대부분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2, 3세들입니다.

이들의 소중한 배움터는 2년 전 개그맨 서경석 씨가 교실 기자재를 후원하는 등 뜻 있는 한국인들의 지원으로 어렵사리 운영되고 있습니다.

[싸롯 판꾼암파이, 한국전 참전용사]
"우리 후손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두 나라의 교류가 단절되지 않고 왕래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한국어를 배운 참전용사 후손 15명은 오는 10월 여수시 등의 도움을 받아 한국을 처음 방문할 예정입니다.

65년 전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통해 맺은 한국과의 인연이 한층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태국 람 인트라에서 YTN 월드 김기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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