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 다리 아래 네레트바 강은 역사와 함께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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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오후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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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 다리 아래 네레트바 강은 역사와 함께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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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세상 속 건축디자인(세계 문화 유산 탐방)

“아치 다리 아래 네레트바 강은 역사와 함께 반짝인다.”
모스타르의 옛 시가지의 다리(Old Bridge Area of the Old City of Mostar),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에서 공존의 지혜로움을 찾아볼 수 있어


“아치 다리 아래 네레트바 강은 역사와 함께 반짝인다.”

에메랄드빛으로 가득한 네레트바(Neretva) 강의 깊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아치형 다리가 다소곳이 놓여있다.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라고 불리는 이 아름다운 다리는 아름다움 모습과 더불어 오래된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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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네레트바 주의 남서쪽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모스트 다리는 1566년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쉴레이만 황제의 명에 따라 유명 건축가 시난(Mimar Koca Sinan)에 의해 처음 지어졌다. 스타리 모스트는 완공되었을 당시에는 단일 구간을 연결한 세계에서 가장 긴 아치형 다리로 이슬람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를 받는다. 오래된 다리를 뜻하는 스타리 모스타르는 건설될 당시 길이가 30m, 폭 5m, 높이가 24m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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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연방은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아픈 과거를 간직한 곳이다. 유럽의 킬링필드라고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민족적, 종교적 반목을 거듭해왔다. 그도 그런 것이 한반도의 약 25%에 달하는 면적에 약 390만 남짓의 인구이지만, 보스니아계(이슬람계)가 48%, 세르비아계(세르비아 정교)가 37%, 크로아티아계(카톨릭)가 14%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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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보스니아는 오스만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통치를 거치면서 사라예보에서 페르디난트 황태자의 암살사건이 터지면서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던 곳이다. 1992년 유고연방에서 독립해 UN에 가입했지만 오랜 민족적, 종교적 반목은 곧바로 전쟁을 불러일으킨다. 유고슬라비아의 정치인인 요시프 티토(Josip Broz Tito)의 사후와 겹친 소련 연방의 해체를 겪으며 일대 혼란기에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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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내전의 주요 격전지 중 하나였던 곳이 바로 모스타르였다. 모스타르 다리를 경계로 동서로 이슬람계와 반대편 카톨릭계 사람들이 이웃이었지만, 1993년 11월 보스나아 헤르체코비나 전쟁 기간에 크로아티아 방위 평의회 부대에 의해 다리가 파괴되면서 서로에게 총성을 가하는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된다. 이후 모스타르 다리를 경계로 동서로 이슬람계와 반대편 카톨릭계 사람들이 서로 반목을 거듭해왔다. 전쟁으로 파괴된 다리는 비교적 최근인 2004년에 이르러 재건되었다. 유네스코에 의해 설립된 국제과학위원회의 기부와 세계 각국의 지원을 받아 옛 다리와 옛 시가지의 건물들은 대부분 재건되거나 복원되었다. 재건 당시 강에서 건져 올린 1088개의 석재 파편을 사용해 완성되어 현재의 모습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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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모스타르 다리는 구시가지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영예를 얻는다. 모스타르 다리는 아치형의 모습을 유지한 탓에 폭이 좁고 경사가 급해 걷기가 불편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형성된 마을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모스타르 다리의 유명세와 더불어 구시가지 역시 옛 터키 스타일의 주택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계곡을 사이에 두고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옛 다리 지역 주변은 오스만 제국 이전의 건축부터 동 오스만제국의 건축, 지중해와 서부 유럽의 건축 양식이 어우러져 독특하면서 개성 넘치는 흔적들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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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높다란 깊이를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옛 마을은 경사진 지형과 기후조건을 효과적으로 반영하여 조성된 운치 있는 곳이다. 바닥에 박힌 울퉁불퉁한 마을의 자갈길 역시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에 윤기를 머금고 있어 정겹게 느껴진다. 계곡 한쪽에서는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다이빙을 하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모스타르 남성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구애하면서 뛰어들었다던 전통적인 다이빙이 모스타르의 젊은이들을 차디찬 계곡으로 뛰어내리게 만드는 것이다. 구불구불하게 자연적으로 형성된 마을길 곳곳에는 이슬람의 공예품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해 관광객들의 눈요기와 주머니를 꺼내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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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스타르 다리는 이웃하지만 서로 다른 민족을 한데 엮어주며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한쪽에 적힌 “Don't forget 93!”이라는 문구는 전쟁의 상흔을 잊지 말자는 교훈을 일깨어준다. 모스타르 다리를 보러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협력과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문화적으로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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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쟁의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우리 역시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같은 민족이지만 따로 떨어져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발칸의 작은 마을, 모르타르 다리를 거닐면서 우리에게도 오랜 반목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평화의 다리가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안정원(비비안안) 에이앤뉴스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제공_ 에이앤뉴스 건축디자인 대표 네트워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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