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인터뷰] "기업 성장하려면 ‘사람 경영' 펼쳐야" 김기찬 前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

[리더스인터뷰] "기업 성장하려면 ‘사람 경영' 펼쳐야" 김기찬 前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

2017.01.12.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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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인터뷰] "기업 성장하려면 ‘사람 경영' 펼쳐야" 김기찬 前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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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2017년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란 불안감이 커졌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부분의 중소기업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찬 전 세계중소기업협의회장(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을 만나 새해 중소기업 전망을 들어봤다.

[리더스인터뷰] "기업 성장하려면 ‘사람 경영' 펼쳐야" 김기찬 前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

김 회장은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잡은 것은 IMF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1999년 이후 처음”이라며 “특히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는 우리 중소기업 대부분이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아 경제성장률 전망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경기전망이 부진하면 중소기업들은 대개 설비투자나 인력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은 나름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김 회장은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면 내수시장이 어렵더라도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람과 기술에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다져 중소기업들이 난관을 헤쳐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더스인터뷰] "기업 성장하려면 ‘사람 경영' 펼쳐야" 김기찬 前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

다음은 김기찬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중소기업의 새해 전망은?

중소기업도 국가 경제성장률의 지배를 받는다. 사실 내년에도 경기가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중소기업의 전망은 밝지는 않지만 핵심기술력을 갖췄거나 기업가정신으로 CEO가 직접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다를 것이다. 지난 해 중소기업청이 인정한 12명의 존경받는 중소기업 CEO들과 만났는데, 대부분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기업들은 아마 경기가 좋지 않아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Q. 중소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내수시장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킬레스건이다. 우리 중소기업은 대부분이 내수시장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이런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해야 한다. 글로벌로 진출하겠다는 기업들 중 일부도 문제가 있다. 신기술 개발이 부족한 점이다.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기엔 중국기업들을 당할 수가 없다. 이제는 일본이나 독일의 기업들처럼 선진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때다.

[리더스인터뷰] "기업 성장하려면 ‘사람 경영' 펼쳐야" 김기찬 前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

Q.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에 대한 견해는?

경제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지며 저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는 이때,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은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중소기업정책은 창업과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해오는 방식이었다. 수출 중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이라기보다는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키우려는 쪽에 70% 이상의 예산을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원한 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지원 받은 기업이 생존하면 지원받지 못한 기업이 힘들어지는 문제점이 생기는 일이 많았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춘 중소기업을 선발해 이들을 독려하고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중소기업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나라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바뀌어가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경영의 패러다임을 사람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을 보면 ‘사람’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등 여러 모로 인력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 그러나 국민 1명의 국민소득이 2만 달러 후반대인 지금 시대에 싼 가격으로 중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과 경쟁하기는 힘들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문제를 ‘사람중심 기업가정신’, 즉 사람 경영으로 극복했다.


Q. 중소기업이 ‘사람 경영’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는?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은 이른바 ‘신중간소득함정’에 빠져 있다. 구매력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후반과 3만 달러 초반 대에서 7년 이상 머무르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나라들은 대체로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

반면, 사람경영을 잘 실천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사람에 투자했더니 장비 고장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기업가정신지수를 높여야만 한다. 이러한 주장은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뿐만 아니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등의 연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Q. 사람 경영을 잘 실천한 사례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에서 존경받는 중소기업으로 선정한 기업 12개 중 경북 경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아진산업을 방문했다.(*김기찬 회장은 선정 위원으로 심사에 참여했다.) 사람에 투자했더니 장비 고장율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종업원들의 업무몰입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이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중소기업협의회에서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고, 아진산업을 사람중심기업가정신의 모범사례로 선정해 해외에서 발표도 해볼 예정이다.

[리더스인터뷰] "기업 성장하려면 ‘사람 경영' 펼쳐야" 김기찬 前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

Q. 작년 8월까지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회장을 지냈다. 어떤 일에 가장 신경을 썼나?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에 대한 인식을 높인 것을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5년 8월에 인도네시아에서 했던 ‘사람중심 기업가정신 자카르타 선언’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와 말레이시아, 이집트, 그리고 지난해 4월에는 한국에서 열었던 세계중소기업협의회의 중소기업대회에서도 ‘사람중심 기업가정신 서울 선언’을 주창했다. 이를 통해 현재 한국과 미국에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팀이 생겼다. 실제 적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전 세계의 중소기업 지도자들과 함께 ‘사람중심 기업가 정신’의 확산에 힘쓰고 있다. 세계중소기업협의회 전직 회장으로서 관련 백서도 발간하고 협의회와 함께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잘 실천하고 있는 기업가들을 뽑아서 시상도 할 예정이다.


[YTN PLUS] 취재 공영주·강승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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