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인터뷰] 신뢰와 소통으로 하늘 길을 열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리더스인터뷰] 신뢰와 소통으로 하늘 길을 열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2015.08.13. 오후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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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여 년 가깝게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 외길 인생을 살아온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이제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변신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지 첫해를 맞이했다. 김석기 사장은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와 ‘포순이’를 탄생시킨 크리에이터로서의 창의적인 리더십을 기업에 접목시켜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나타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석기 사장은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새기기 위해 지난 10일 김포공항 들머리에 LED로 제작된 만 여 송이의 무궁화동산을 만들었고, 11일에는 항공기 승객들과 태극기 나눔 행사를 기획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면모를 보였다.

또 최근 YTN PLUS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과의 소통 뿐 아니라, 직원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며 회사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CEO로서의 행동철학을 밝혔다.

다음은 김석기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한국공항공사는 어떤 곳인가?

"한국공항공사는 국내 15개 공항 중에서 인천공항 한 곳을 제외한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이다. 작년에는 1,735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려서 556억 원을 정부에 납입한 모범 공기업이다. 또 한국공항공사는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5,000여 명의 공항가족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의 경영 성과는 무엇인가?

"성과가 있었다면 우리 직원들이 워낙 열심히 잘해준 덕분이다. 지난 6월 정부에서 공기업 경영 평가가 있었다. 한국공항공사는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작년 한 해 동안 1,735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러한 수치는 전년도에 비해 35%의 이익이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대단한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에서 평가하는 공공기관 재난안전평가에서도 최우수 평가를 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 이러한 성과를 이끌어냈던 특별한 경영방침이나 중점을 둔 부분은?

"한국공항공사에 와서 내세운 경영방침은 신뢰와 창조로 함께 뛰는 KAC(한국공항공사)이다. 우리 조직 내부는 물론이고 대외적으로 공항에 근무하는 공항가족, 그리고 우리 국민들, 모든 관계에 있어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창조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해 왔다.

CEO의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직원들과 소통을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현장 직원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직원들과 벽을 허물고 소통을 하기 위해서 전국 공항을 열심히 뛰어다녔고 화상(畫像) 시스템도 갖췄다. 전국 공항을 연결하는 화상회의를 통해 쌍방향 대화를 수시로 하고 있고 소통을 위해 'CEO 우체통'도 만들었다. 직원 개개인의 전자 우편함에 사장이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우리 공사가 나아가려는 방향은 이러한데, 이유는 무엇이다. 현재 우리 공사의 현안 과제는 어떤 것이 있고 사장은 앞장서서 이런 걸 할 테니 현장에서 여러분은 이런 역할을 해 달라' 이런 내용의 편지를 매주 계속해서 우편함을 통해 보내고 있다"


-CEO 우체통을 선보였는데 직원들의 답장도 많이 오는가?

“물론이다. 쌍방향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글을 보내면서 조직 발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신상문제 등 뭐든지 다 메일로 보내달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의 내용은 확실히 비밀이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직원들이 이 점을 믿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의견을 보내주고 있다. CEO 우체통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를 하나 소개를 하자면, 처음 이 곳에 와서 내가 인사(人事)를 해야 되는데 이 공항공사 사장의 업무를 잘 모르지 않는가. 그래서 고민을 하다 CEO 우체통을 통해서 전 직원에게 한국공항공사 인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다 받아보니 엄청난 양의 답이 왔었다. 밤을 새워 그것을 정리해보니 ‘인사를 이렇게 해야 되겠다’ 하는 방향에 대해 명쾌하게 답이 나왔다.

예를 들면 우리 공사에는 기술직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그 기술직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늘 인사에서 행정직보다 홀대를 받고 있다, 소외되고 있다’는 여론이 많았다. 그래서 기술직 가운데 아주 우수한 분을 골라 인사의 총책임자인 인사실장으로 발령을 냈다. 그렇게 하니 기술직의 불만이 많이 해소됐다. 한국공항공사에 여성 직원 분들이 상당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성 인사에 대한 불만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공항공사의 14개 공항 중 취임하기 전에는 여성 지사장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내가 두 사람을 여성 지사장으로 발령했다. 김포공항의 가장 중요한 보직 중 하나가 VIP고객을 안내하는 의전 팀장인데 이 보직도 처음으로 여성을 선발해 임명했다. 이에 대해 여성 직원 분들이 상당히 좋아하고 있다.

이렇듯이 전자 우편함을 통해 직원들의 진솔한 의견을 귀담아 듣고 그것을 경영에 반영을 해나가기 때문에 비교적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 그동안 14개 공항의 적자 누적이 심각했는데 두곳이 흑자로 전환됐다고 들었다. 경영성과를 낸 비결이 있는가?

"작년에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지방공항 적자의 폭을 대폭 줄였다. 금년에는 상반기 결산에서 대구 공항과 청주 공항 두 공항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마침 그 두 공항의 지사장이 내가 발령한 여성분들이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아 내가 인사를 잘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대구, 청주 뿐 아니라 양양, 무안 공항도 대단히 활성화되고 있다. 보통 일억 명의 중국 요우커가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데 이분들을 겨냥해 우리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맞춤형 유인전략을 만들어 실행했다.

예를 들면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에 올 때 제주도의 경우 비자가 필요 없지만 다른 지역에 올 때는 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비자가 까다롭기 때문에 우리 한국에 오는 걸 기피하고 다른 나라로 가버리는 경향도 있었다. 그래서 작년에 처음으로 제주공항을 향해서 가는 단체 관광객들이 대구, 청주, 양양, 무안 이런 공항을 경유할 때는 5일간 비자 없이 우리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정부와 협의하여 처음 실시했다. 이를 통해 중국인들이 비자 없이 5일 동안 국내 어디든 체류할 수 있게 되어서 많은 중국인들이 이런 장점 때문에 지방 공항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항공사는 우리 공항을 이용 할 때는 공항 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우리는 신규로 항공사가 새로운 국제 노선을 만들거나 기존 노선에 증편을 할 경우 그 공항 사용료를 감면해주도록 했다.

또 대구공항을 예를 들면 야간에 비행기를 운행 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심야에는 ‘커퓨 타임’이라고 해서 운항 금지 시간인데 대구 시민들이 적극 협조를 해서 심야에도 항공기가 운항될 수 있도록 세시간이나 금지 시간을 단축했다. 따라서 단축된 시간만큼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항공 노선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지방의 노선들이 많이 생겼고 지방 공항의 활성화를 통해 적자폭도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 공사이자 국가기간산업으로 볼 수도 있는데 노사관계는 어떠한가?

"처음 취임 했을 때 사실 노조에서 낙하산 인사라고 해서 격렬하게 반대했다. 우리 본사 건물 앞에 천막을 쳐놓고 24시간 농성을 하면서 나를 못 들어오게 했다. 열흘 간 취임식을 못하고 있으니까 일부 간부들이 '밤에는 노조들이 농성을 잠시 쉬고 있으니까 밤에 몰래 사장실에 들어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사장이 왜 비겁하게 밤에 몰래 들어가느냐 당당하게 취임식을 하고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노조한테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노사간에 대화가 시작됐다. 진정성을 가지고 노조와 대화를 시작했고 열흘 만에 취임식을 했다. 취임 일 년이 되던 날 노조에서 일주년 축하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고와 축하를 해줬다. 지금은 전 직원들은 물론 노조도 적극적으로 협력을 잘 해주고 있다. 지금 우리 노사는 서로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즉 공사의 발전과 우리 모든 직원들이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근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이자 목표다.


- 앞으로의 포부나 계획은 무엇인가?

"조직에서의 CEO 역할은 그 조직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작년 CEO로 온 이후 공항공사법 개정을 통해서 새로운 조직의 목표, 비전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한국공항공사는 국내에 있는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것이 유일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 공항공사 법 개정을 통해서 항공 조종사 양성사업 등 새롭게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해외 공항들이 많이 새로 지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운영할 수 있는 공항들을 물색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공항을 우리가 운영해서 거기서 많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성공적인 모델을 재임 중에 꼭 만들어내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경주에서 태어나 계림초등, 경주중, 대륜고를 거쳐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동국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까지 마쳤다.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10년에는 용인대학교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 경찰간부후보 27기로 수석 졸업한 뒤 박정희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경위에 임관했다. 이후 일본경찰대학 본과를 유학한 바 있으며 연수경찰서장을 비롯해 경북경찰청장, 대구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까지 30여 년 동안 경찰의 길을 걸어왔다. 2011년 11월까지 오사카 총영사로 재직했으며 저서로는 ‘김석기의 길’이 있다.


[YTN PLUS] 진행 이윤지 앵커, 취재 공영주, 공태현 기자, 촬영·편집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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