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삼양목장, 대관령의 녹색바다와 춤추는 바람

평창 삼양목장, 대관령의 녹색바다와 춤추는 바람

2017.09.21. 오전 11:1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평창 삼양목장, 대관령의 녹색바다와 춤추는 바람
AD
폐부를 가르는 시원한 바람과 전망에 말문이 막힌다.

지난해 해발 4000미터가 넘었던 콜로라도의 록키 산맥에서 느꼈던 얼음 같은 바람이 절로 기억날 정도.

그러고 보니 이곳도 콜로라도와 마찬가지로 첩첩산중에 있다. 마일하이 시티라 불리는 덴버의 해발 1600미터 고지대는 아니지만, 태백산맥의 장엄한 관문이 이곳 평창이다.

그중에서 삼양 목장은 우리나라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중의 하나인 소황병산 동해전망대(1140m)를 품고 있다.

평창 삼양목장, 대관령의 녹색바다와 춤추는 바람

대관령에 목장이 있다는 건 어디서 주워들어서 이미 알았지만, 한 두 개가 아니란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하늘 목장과 삼양 목장, 그리고 대관령 양떼목장이 그 주인공이다.

강릉 경포대에서 내비게이션을 찍고 찾아가면 십중팔구 대관령 양떼목장을 향하게 된다. 대관령에 목장이 하나밖에 없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전화통화를 하던 후배의 추천에 행선지가 삼양목장으로 순식간에 변경된다.

평창 삼양목장, 대관령의 녹색바다와 춤추는 바람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면서 무언가 깊이 숨겨진 자연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비포장 상태로 관리하는 게 더 좋아 보이는 건 단순한 기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목장을 견학하는 방법은 하산을 생각하면 된다. 동해 전망대 꼭대기까지 버스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고, 산을 내려오는 기분으로 목장 전체를 둘러보게 된다.

하산도 구획이 나누어져 있어 그만 걷고 싶으면 얼마든지 버스를 다시 타면 된다.

평창 삼양목장, 대관령의 녹색바다와 춤추는 바람

대관령이 양떼 목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이곳 삼양목장에도 양떼몰이 쇼가 있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이라면 양떼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압도적인 풍경은 역시 자연 그 자체에서 나온다.

평창 삼양목장, 대관령의 녹색바다와 춤추는 바람

풍력발전기는 분명 인공의 구조물이지만 이상하게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산에서 마주치는 나무로 지은 산장만큼의 거부감도 없다. 아마도 어릴 때 놀던 바람개비가 떠오르기 때문이 아닐까.

평창 삼양목장, 대관령의 녹색바다와 춤추는 바람

역시나 바람이 엄청나다. 얇은 바람막이 정도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

하긴 영서와 영동을 잇는 이 언덕에 바람이 세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

풍력발전기가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게 당연해 보인다.

언덕을 내려오다 계곡을 만나면 흐르는 물을 그냥 마신다. 이런 게 강원도를 찾는 맛이 아니겠는가.

평창 삼양목장, 대관령의 녹색바다와 춤추는 바람

삼양목장은 삼양식품그룹의 계열사인 삼양축산이 소유한 목초지로 1972년 공사를 시작해 85년 완공됐다.

동양 최대인 2000만㎡ 목초지를 보유한 목장은 온통 녹색의 물결이다.

재미있는 건 바람이 워낙 세서 목초들이 전부 누워 있다는 것. 어쩌면 이곳의 동물들이 편하게 풀을 먹으라는 자연의 뜻이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든다.

완공은 1985년이지만 일반에 개방된 것은 2001년이니 그리 오랜 시간도 아니다.

그간 숱한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되었는데, 그건 와서 확인해 보는 게 더 실감날 듯 하다.

평창 삼양목장, 대관령의 녹색바다와 춤추는 바람

평창은 곳곳이 공사 중이다. 이제 반년도 채 남지 않은 동계 올림픽 일정을 생각해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동계올림픽에 맞춰 오는 12월 개통되는 서울 강릉간 KTX다. 새로운 고속도로가 열리고, 길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강원도는 우리 일상에 들어오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던 게 사실.

주말에도 큰 마음 먹어야 움직일 수 있었던 이곳을 반나절 코스로 돌아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무언가 일상에 기준 좋은 비밀이 더해진 것 같다.

그러니 회색빌딩 회색 얼굴의 사람들에 지친 그대여.

이번 주말, 안되면 추석 연휴에라도 당장 떠나라.

평창의 녹색바다와 동해의 강렬한 바람이 그대를 위로할지니.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스토리텔링 중심의 여행 전문 미디어
트레블라이프 www.travellife.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