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키워드⑧] 라스베이거스, 진짜는 없는 거대한 신기루

[미국 서부 키워드⑧] 라스베이거스, 진짜는 없는 거대한 신기루

2017.03.16. 오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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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키워드⑧] 라스베이거스, 진짜는 없는 거대한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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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와보는 곳도 아닌데 라스베이거스는 들어가는 길에서조차 흥분을 만들어 낸다. 처음이건 그렇지 않건 중요하지 않다.

놀이공원에 가는 어린아이가 되는 기분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집대성된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 인 셈이다.

돈 없어도 볼 건 많지만, 돈 없으면 왠지 우울해지는 철저한 양면성을 가진 도시.

이번에 숙박한 유서 깊은(?) 플라멩고 호텔에는 진짜 홍학이 있다!

[미국 서부 키워드⑧] 라스베이거스, 진짜는 없는 거대한 신기루

먹이로 길들여져 있는지 날개 사이에 핀을 박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곳 홍학은 닭처럼 날기를 포기한 것 같다.

배부르고 등 따듯하면 날기를 거부하는 건 홍학도 마찬가지인가. 그만큼 홍학들도 라스베이거스를 좋아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인구 200만이 넘는 이 도시는 사막에 도박장을 급조한 것 같지만 실은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 도시의 성장에는 두 번의 계기가 있는데 한번은 1920년대의 공황에서 비롯된 후버댐 공사다.

실업자 구제 정책으로 시작된 후버댐은 사막뿐이던 라스베이거스에 오아시스를 만든 것과 같아서 도박과 환락의 도시로 성장하는 바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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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역시 마피아의 자금이다.

플라멩고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적이 있는 ‘벅시’의 호텔이다.

호텔 이름마저 애인의 애칭을 따온 이곳은, 메마른 사막의 땅 라스베이거스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증명하는 산 역사나 다름없는 곳.

본명이 벤자민 시걸바움인 벅시는 마피아였지만, 유대인답게 경제흐름을 보는 눈은 정확했던 모양이다. 황무지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호텔 건설을 추진했으니 말이다.

얼마 전 나온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레인맨’ 이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다.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로드무비인 이 영화에서도 플라멩고 호텔을 비롯한 라스베이거스의 30년전의 모습이 보인다. 마치 서울의 30년전 모습을 보는 것처럼 신선했다.

이러나 저러나 벅시는 호텔 완공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총 맞고 죽었으니, 라스베이거스를 일으킨 마피아의 최후로서는 그림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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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그냥 이 호텔 저 호텔 구경만 다녀도 며칠은 훌쩍 흘러간다.

카지노에는 시계와 거울, 창문이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몇 시인지 알 필요 없으니 정신없이 놀게 만들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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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 술 더 떠 밤의 도시인 이곳의 호텔 내부는 대낮을 옮겨놓은 듯하다.

한마디로 밤에 잠을 자기가 어렵다. 어쩌면 밤에 잠을 잔다면 이 도시를 즐기는 게 아니다.

하늘의 푸른빛은 햇볕이 아닌 조명이다. 모든 게 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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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 시내에 있는 운하를 오가는 배를 옮겨놓은 곤돌라는 신혼여행으로 왔다면 타볼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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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지만,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예술의 도시이자 컨벤션의 도시이다.

이름도 다 못 외울 정도의 쇼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벨라지오의 분수쇼와 미라지의 불쇼는 유명한 무료공연에 속한다. 밤에 나오기만 하면 볼 수 있는 쇼이니 이걸 보지 못한 사람들은 없을 듯하다.

[미국 서부 키워드⑧] 라스베이거스, 진짜는 없는 거대한 신기루

라스베이거스는 신기루다. 네바다주 사막에 세워진 오아시스 치고는 너무 거대한 규모여서 여기가 사막이라는 것조차 망각하게 만든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에서 파리 에펠탑, 디즈니랜드까지 모든 것이 있지만, 진짜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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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와 쇼, 음식 등 모든 것이 당신의 일상과는 철저하게 다른 그야말로 환상의 도시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꿈이다.

여행과 휴가를 일상 속으로 떠날 수는 없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그게 라스베이거스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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