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첨성대, 아무리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들

경주 첨성대, 아무리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들

2017.01.11. 오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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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첨성대, 아무리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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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휴대폰으로 긴급 재난 문자가 요란하게 울려댄다.

규모 3.3의 지진이 경주시 남남서쪽에서 발생했다는 알림이다. 숙소에서 곯아떨어졌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지진이 이슈가 된 후 새해 들어 처음으로 경주를 찾았다가 새벽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처음엔 숙소의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는 줄 알았으나 기상청의 문자였다.

경주시민의 지진 트라우마를 충분히 공감할 만한 상황이었다. 경주의 지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무열왕릉, 공사중입니다...

경주 첨성대, 아무리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들

무열왕릉은 입구부터 공사 중이다.

대문부터 저러하니 처음엔 공사로 문을 닫은 줄 알았다.

왕릉 내부는 지진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산처럼 쌓아올린 고분이 지진에 반응을 보일리는 없어 보인다.

경주 첨성대, 아무리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들

무열왕릉은 비문이 남겨져 있어 무덤의 주인을 알려주는 몇 안되는 고분이다.

물결치듯 이어지는 대형 무덤들은 마치 산맥처럼 솟아있다.

정갈하게 잘 닦인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산책하기에 좋다.

이집트에 피라미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경주의 왕릉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경주 첨성대, 아무리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들

그런데 입구의 무열왕릉은 비석이 있어 알겠는데 뒤를 잇는 비슷한 크기의 네 개의 무덤은 누구인가.

얘기를 들어보니 정설은 직계 가족이라는 것으로 부친인 문흥왕과 진흥, 법흥왕 등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김춘추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신라에서 성골이 아닌 진골출신의 왕. 어쩌면 그의 비문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왕위계승의 합법성이나 정당성의 확보를 위함은 아니었나 싶다.

◆ 첨성대, 내진 설계가 신라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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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생각해보면 문화재라는 것이 지진등으로부터 굉장히 취약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진설계라는 개념도 현대에 와서나 관심을 가진 단어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가을부터 몰아친 지진에 첨성대가 멀쩡함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으로 인해 기존보다 북쪽으로 2cm 더 기울고, 상부 정자석 남동쪽 모서리가 5cm 더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전문가의 입장에선 피해를 얼핏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경주 첨성대, 아무리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들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재위(632~647) 때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년에 몇백년을 더한 시간을 관통하는 첨성대의 내구성에 대해선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특히나 돌들을 쌓아올린 일견 단순해 보이는 건축물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건축물엔 오랜 시간을 버텨내기 위한 과학과 철학이 담겨 있다.

경주 지진으로 문화재나 사찰의 피해가 많이 발생했으나, 큰 피해는 오히려 근현대에 지어진 건물들에서 일어났으니 기술은 발달했으나 철학의 퇴보가 원인이 아닌가 싶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신라인들이 천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 지금을 바라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해졌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경주 첨성대, 아무리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들

TRAVEL TIP: 서울에서 경주 가는 것은 정말 편해졌다. 고속열차를 타면 서울에서 2시간 남짓.

다만 신경주역은 관문의 역할이어서 역 주변은 아무것도 없다. 관광정보는 전통적으로 시외버스 터미널에 집중되어 있다.

경주 첨성대, 아무리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것들

경주에서는 별 다방조차 이런 집에서 영업한다.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스쿠터 여행도 좋다.

꽃내음 날리는 경주 거리를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것만큼 느낌 좋은 여행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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