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2016.11.22. 오후 3:1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AD
흔히 국보 혹은 보물급의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국‧공립 시설에 많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유명한 간석미술관을 비롯해 대기업이 운영 중인 리움미술관 등 사립미술관이 수많은 국보와 보물급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들 미술관과 함께 국내 3대 미술관으로 꼽는 호림박물관은 국보 8점, 보물 36점을 비롯한 약 1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호림 윤장섭 선생이 출연한 유물과 기금으로 지난 1982년에 개관한 이곳은 여타의 박물관‧미술관과는 다른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다.

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이는 박물관이 두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곳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신림본관과 다른 한 곳은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하고 있는 신사분관이다. 많은 소장품과 국보급 유물이 다양한데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처럼 전시장을 두 군데로 나눈 것으로 보인다.

호림박물관의 가장 큰 매력은 이같은 두 곳의 전시장이 각기 다른 얼굴과 개성을 갖고 있다는 것. 서울 외곽지역의 한적함과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도시적 느낌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신림본관은 이 근방이 생소한 관람객이라면 찾아가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 남부순환로 대로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지만 ‘이곳에 과연 유명 박물관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평범한 주택가 골목길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 박물관은 성보중고등학교와 맞붙어 있으며 이정표를 따라가며 남부순환로에서 약 250미터 올라가면 나타난다.

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단풍이 한창이었던 시기에 찾아간 호림박물관 본관은 가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관악산 지산 끝자락에 걸쳐진 본관의 위치는 여느 때보다 조용하고 적막하게 가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지난 1999년에 신축한 박물관 건물은 어느새 시간의 흐름 속에 주변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신림본관에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고대의 토기를 비롯해 각종 금속 유물과 도자기 서첩 등이 폭넓게 전시돼 있다. 특히 청동기 시대 토기에서부터 조선시대 서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의 유물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 모은다.

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강남 한복판 도산공원사거리와 학동사거리 사이 도산대로변에 위치한 강남분원은 건물에서부터 신림본관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복잡하게 사람과 차들이 쉴새 없이 오고가는 강남에서 도시의 세련됨이 묻어나는 건물에 박물관 내의 배치와 조명도 모던함이 가득하다.

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도시 한가운데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접근성도 좋다는 것. 강남분원은 직장인들이 잠시 들러 각종 미술품을 중심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한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도자기와 각종 서첩을 중심으로 국보‧보물급이 본관보다 많이 전시됐다. 그리고 각종 특별전과 기획전을 꾸준히 여는 것도 강남분원만이 가진 특징이다.

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이처럼 상반되는 호림박물관 두 곳의 개성은 미술품과 역사유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관람 목적에 따라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신림본관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대체로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에 맞춰져 있다. 반면 강남 분원은 잠깐의 짬을 내서 친구 또는 직장동료들과 둘러볼만 하다. 겨울과 연말이 다가오는 요즘, 우리나라의 다양한 전통 예술품과 함께 정서적 풍족함을 느끼는 것은 어떨까.

트레블라이프=김윤겸 gemi@travellife.co.kr

호림박물관,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두 얼굴

TRAVEL TIP: 사전에 관람정보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금‧토‧일을 휴관하는 신림본원은 사실상 주말에는 관람할 수 없다. 강남분원은 일요일과 공휴일에만 휴관해 금‧토 주말 이용이 가능하다.

두 곳의 전시관 모두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닌데 지하철역과 거리가 제법 떨어져있기 때문. 신림본원은 수도권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난곡사거리 방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강남분원도 주변에 신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과 7호선 강남구청역이 있으나 도보로 가기에는 제법 멀다.

스토리텔링 중심의 여행 전문 미디어
트레블라이프 www.travellife.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