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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아트&트래블] 예술과 함께하는 섬, 제주도
[헬레나의 아트&트래블] 예술과 함께하는 섬, 제주도
Posted : 2016-03-07 09:32
▲사진 및 이미지 합성=헬레나 유

서귀포의 이중섭 거리, 아라리오 뮤지엄,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교회, 영화 건축학개론에 등장한 ‘서연의 집’ 등을 비롯해 제주에는 눈 여겨 볼 만한 문화예술 명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빅뱅의 지드래곤이 운영하는 ‘몽상 드 애월’이라는 카페 또한 유명해지면서, 제주도는 서울 못지 않은 한국 문화예술의 일명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명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모습 또한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공항 부근에 위치한 전통 시장에서는 마치 60~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극장 건물이라든지, 지방 소도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3일장 풍경을 여전히 마주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서귀포에 위치한 어느 국제학교에서 강연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었기에 문득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잡아 타고 “공항에서 제일 가까운 시장으로 가 주세요.”라고 기사님께 말씀 드리니, ‘동문시장’이라는 곳이 있다는 말씀을 하시며 그 곳으로 데려다 주셨다.

나른한 햇살과 함께, ‘시네하우스극장’이라는 매우 오래돼 보이는 간판이 달린 건물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생겨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마치 곧 철거 될 것처럼 내부 시설은 아무것도 없었고 주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건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건물의 현재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언제 쓰러질지도 모를 것 같은 외관이 본인 삶과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살아갔던 고흐를 떠올리게 했다.

[헬레나의 아트&트래블] 예술과 함께하는 섬, 제주도

▲반 고흐, ‘자화상’, 1889, 캔버스에 유화 (65x54 cm)

생전 10년 동안 43점에 달하는 자화상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는 반 고흐. 그의 자화상을 보면 늘 고뇌와 괴로움이 가득 찬 표정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평생을 정신적 고뇌와 함께 보낸 고흐의 작품이 여전히 수 많은 동시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더욱 호기심을 갖게 한다.

1889년에 그려진 이 작품은, 고흐가 계속해서 발작과 망상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려진 것이다. 본인 병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고흐는 같은 해에 스스로 생 레미(Saint Remi)의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는데, 입원 당시 고흐는 6점의 자화상을 그렸고 그 중 이 자화상에 가장 격렬한 감정이 표출되었다고 전해진다.

‘별이 빛나는 밤에’ 등 고흐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특유의 소용돌이치는 (아라베스크) 무늬는, 그 당시 그가 겪고 있던 불안감과 고통, 혼란스러운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동시대 작가 중 고흐처럼 본인의 자전적인 고백을 하며 괴로운 지난날의 상처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고 있는 작가를 들자면 영국 작가인 ‘트레이시 에민’을 언급할 수 있는데, 지드래곤이 제주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본인의 까페 ‘몽상 드 애월’에서도 그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헬레나의 아트&트래블] 예술과 함께하는 섬, 제주도

▲지드래곤의 몽상 드 애월 내부의 트레이시 에민 작품, 사진=강영민 작가 제공

국내에서는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사인 작품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지드래곤은 지난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피스 마이너스 원’ 전시에서도 그녀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의 까페인 몽상 드 애월에 설치되어 있는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은 ‘당신을 사랑할 것을 약속해(I promise to love you)’라는 문구가 담긴 네온사인 작품인데, 내부의 벽면 한 켠에 설치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 중 가장 문제적이면서도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내 침대(My Bed)’인데, 이는 그녀 자신이 자살 충동을 느끼며 7일 동안 잠을 잤던 침대를 묘사한 것으로,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시피 침대 주위에는 술병, 담배 꽁초, 속옷, 콘돔 등이 널려 있다.

1998년 작품 발표 당시 매우 극심하게 호불호가 갈렸던 이 작품은, 크리스타 경매에서 430만 달러에 낙찰되어 전 세계 미술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또한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 뮤지엄에 대여 전시되기도 하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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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모던 뮤지엄

“과연 이러한 작업이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은 이들이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성폭행이나 마약 중독 등 과거의 상처를 부정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트레이시 에민의 작업은, 마치 고흐가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자화상을 통해 한 것처럼 스스로를 위한 예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표현 방식에 있어서의 독창성을 비롯해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한 사실적 묘사가, 단순히 예술 작품의 미적인 부분만 아니라 작품에 담겨 있는 실체적인 의미에 주목하게 한다.

물론 ‘무엇이 예술이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까지는 들어갈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주도에 가면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카페에서도 동시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섬의 명소들을 통해 문화예술의 자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겨울의 흔적이 서서히 걷혀가고 봄이 그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여름 중 붐비는 휴가철을 피해, 요즘 같은 날 제주도를 방문해 그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예술 명소들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깊게 이해하지 않는다 해도, 잠시나마 일상에서의 짐을 덜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트레블라이프=헬레나 faithmyth@naver.com

네이버 지식백과 ‘반 고흐 자화상’ 부분 참조 및 인용
세부 출처: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 헬레나 유(본명 유수연)

매일경제 온라인에 아트칼럼 '헬레나의 그림이야기'로 동시대 국내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화여대 영문학과와 국제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케이블 채널 MTN TV의 '미녀들의 주식수다'에서 외환 및 주식 시장 해설자로 출연한 바 있다. 현재 칼럼니스트, 작가, 아트디렉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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