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때를 기다리는 '연꽃'의 나라

두물머리, 때를 기다리는 '연꽃'의 나라

2016.01.27. 오전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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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때를 기다리는 '연꽃'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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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옛날의 진창이 그리웠다 비록 연꽃으로 피어나진 못했더라도, 아아 이 몸은 그 진창의 아들일 터이니...

- 진이정, 「진창」 -

두물머리, 즉 양수리는 연꽃의 나라다. 연꽃은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 일제히 만개한다. 맹렬한 꽃으로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지금은 한겨울, 연꽃이 있을 리가 없다. 저 진창 밑 뿌리에는 내년에 새롭게 만개할 연꽃들이 얼음사이로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두물머리, 때를 기다리는 '연꽃'의 나라

그렇다고 두물머리가 연꽃만이 있는 건 아니다. 문자 그대로 남한강과 북한강 두개의 물줄기가 합친다. 그리고 사진으로 숱하게 보았던 나룻배 한척.

두물머리, 때를 기다리는 '연꽃'의 나라

연꽃은 없지만, 두물머리는 겨울에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더불어 갈대와 산책길, 그리고 이런저런 군것질거리만으로도 말이다.

◆ 세미원은 유료, 두물머리는 공짜

두물머리로 들어가는 길은 세미원을 거치는 길과 그렇지 않은 길이 있다. 이게 한두푼이면 갈때마다 세미원을 통해서 가건만, 생각보다 가격이 싸지 않다. 만약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면 세미원을 둘러보고 두물머리로 향하길 권한다.

세미원은 실내 전시실도 있어 겨울에도 볼거리가 있지만 제대로 구경하길 원하면 시즌이 아무래도 좋다. 연꽃의 시즌은 위에서 말했듯이 여름이다.

두물머리, 때를 기다리는 '연꽃'의 나라

두물머리엔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가 있다. 마치 이곳의 상징처럼 느껴지지만 역시나 두물머리의 주인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다. 다같은 강물인데 한강에서 보는 것과 다를바가 무엇이냐고? 그렇다, 분위기에서 오는 작은 심리적 효과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게 항상 그렇듯 그 조금의 차이가 결국은 모든 것을 좌우한다.

◆ 부추전, 컵라면, 옥수수, 어묵, 감자, 커피

그동안 두물머리에서 먹었던 음식들의 이름을 옮겨놓으니 이렇게나 많다. 두물머리의 음식은 친서민적이다.

이미 유명한 관광지로 이런저런 음식점과 식당들이 들어서 있지만, 이게 그렇게 무질서해 보이지 않는다. 길거리 음식도 많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다.

두물머리, 때를 기다리는 '연꽃'의 나라

게다가 가격이 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싸진 않다. 물론 조금만 검색하면 맛집은 정말 많다. 이동거리를 감안하면 먹는 음식의 검색어는 잔치국수를 추천하고 싶다.

◆ 기차여행의 추억은 현재 진행형!

먹고 사는 일이 힘들어지면 복고 콘텐츠가 유행이라는 말이 있다. 경제상황과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의 인기를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닌 듯 하다.

두물머리, 때를 기다리는 '연꽃'의 나라

이른바 복고 멜로 영화에서 기차여행은 필수조건이나 마찬가지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그러했고, '건축학개론'에선 아예 철길을 걷기도 했다.

두물머리 여행은 기차로도 충분하다. 중앙선 양수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으면 된다. 차로 떠나면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에서 ‘벌써’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훌쩍 닿는 거리.

하지만 가깝다고 여행이 풍성해지는 것도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것만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한 여름에 떠난 기차여행이 더 기억난다. 점심은 양수역에서 두물머리로 향하는 길에서 김밥을 사먹었다.

여행은 어차피 일상에서의 탈출. 빨리 갔다가 빨리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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