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산천단, 600년 묵은 곰솔과 함께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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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8. 오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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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산천단, 600년 묵은 곰솔과 함께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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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막바지, 공항으로 가기 위해 열심히 5.16 도로를 넘어갔다.

그런데 어제 제주도에 눈이 내렸다는 게 문제였다. 제설차가 와서 눈도 치우고 염화칼슘도 뿌려 도로 위의 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지만, 길 양 쪽 끝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있다.

10년 이상의 무사고 경력이었지만 눈길은 아직 무서운 걸 어쩌랴. 구불구불한데다 경사까지 가파른데, 내 뒤를 따라오는 택시는 뭐가 그렇게 바쁜지 연신 바짝 붙으며 재촉한다. '아이고~ 아재요~ 눈길이 겁도 안납니까~'

우여곡절 끝에 5.16 도로의 산길 구간은 모두 끝났다. 아직 비행기 시간은 약간 여유가 있다. 잠깐 숨 좀 돌리고 가야지 싶을 때 '산천단'이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 산천단, 600년 묵은 곰솔과 함께 휴식을

산천단은 과거 한라산 산신령에게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과거 고려시대부터 신에게 제사를 올리기 위해 한라산을 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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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주도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하다는 게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로 불리는 곳 아니던가. 거기다가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 상 눈과 비가 많이 내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학창시절 지리 시간에 배워서 안다. 그러다 보니 궂은 날씨에도 무리하게 산을 오르다가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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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다 못해 한 목민관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섰다. 조선시대에 제주 목사를 지낸 이약동 선생이다. 선생은 산 아래에 제단을 지어, 날씨가 궂을 땐 산에 올라가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그 후 제사를 지내려다가 인명 피해를 입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로부터 600년이 지나, 덜덜 떨면서 눈길을 운전해 넘어온 관광객의 마음에도 휴식을 제공했다. 선생의 선견지명을 어찌 존경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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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단은 한여름에도 햇볕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연기념물 160호로 지정되어 있는 곰솔이 있는데 무려 키가 19m에서 23m정도이며, 수령이 500~600년으로 추정된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목인 셈인데, 아무튼 나무들이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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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 터널을 지나면 솔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데, 하늘로 솟아오르다 가지를 늘어뜨린 곰솔 나무 아래의 이끼먹은 제단은 정적 속에서도 수백 년의 역사를 말해준다. 나무 사이에 앉으면 신제를 올렸던 선인들처럼 깨끗한 마음의 바다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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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소위 '힐링'을 목적으로 제주를 찾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바닷가나 폭포를 많이들 찾는다. 하지만 눈을 돌려보면 이런 상쾌한 고목(古木) 숲도 있다. 바다도 좋고 폭포도 좋지만, 소나무 향기 잠깐 맡고 가는 건 어떨지.

트레블라이프=유상석 ever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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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 제주대, 국제대와 멀지 않다. 다른 관광지들처럼 관광객으로 북적거리거나 시내에서 너무 멀거나 하지 않아서 현지 주민들도 산책하러 많이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산천단 안의 '바람'이라는 카페가 유명하다고 하니, 차 한 잔 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특히 카페 근처에 고양이들이 많이 뛰어놀아, 애묘인들이 좋아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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