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묘로 떠나는 여행②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묘로 떠나는 여행②

2015.12.03. 오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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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묘로 떠나는 여행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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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 벼룩시장 초입 어느 상점에 가면 “무엇이든지 사고·팝니다.”란 문구가 있다. 이 글 만큼이나 동묘-황학동 시장의 정체성을 잘 설명해줄 말이 또 뭐가 있을까.

시장을 지키는 상점들과 좌판을 보고 있자면 구식같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끝없이 찾는다는 건 그 추레한 모습 뒤 살기 위해 정중동 해왔던 노력이 숨어 있을 것 아닐까?

특히 최근에는 ‘무한도전’을 통해 개그맨 정형돈과 가수 지드랜곤이 다녀간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구제 옷의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오랜 역사를 가진 시장이 왜 계속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걸어보면서 찾아봤다.

◆ 사람 빼고 다 있을 것 같은 ‘동묘 벼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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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 벼룩시장은 동관왕묘 주변에 형성된 시장을 일컫는다. 동묘역 3번 출구로 나와 동묘 쪽으로 30초 정도만 걸으면 벼룩시장이 보이면서 그 길을 따라 약 200미터 직진 코스를 중심지라고 보면 된다.

동묘를 중심지만 놓고 본다면 시장 규모가 작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작다고 무시하면 큰코다친다고 했던가? 골목골목 숨어있는 좌판이나 매장을 본다면 작다는 말은 쏙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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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어 있는 카메라, 주인 손에서 사랑받았을 인형, 색 바랜 옛날 군복까지 동묘를 걷고 있자면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든다. 저마다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대로 다시 잘 써준다면 서로에게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거기다 보기만 해도 소집욕구를 자극하는 물건들이 즉석 흥정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니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다. 사람에 따라 여기서 파는 물건들이 별로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이런 게 또 벼룩시장에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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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를 방문할 생각이라면 평일보다는 주말을 추천하고 싶다. 평일과 주말의 동묘 색깔은 확연하게 틀리기 때문이다, 사람 많고 복잡한 것이 싫다면 평일을 추천하지만 반대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주말에 찾아가 보자. 특히 주말에는 평일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좌판이 열린다 하니 조금 더 다양한 물건과 색다른 분위기를 보고 싶다면 주말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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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 구경을 끝내고 폐교된 숭신초등학교를 지나 걷다보면 바로 앞에 영도교라는 작은 다리가 보인다. 여기만 지나면 본격적으로 황학동 여행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에는 2, 6호선 신당역을 통해서 오는 게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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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시장으로 가는 길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본인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가는 것도 좋지만 동묘 벼룩시장을 보고 자연스럽게 황학동으로 넘어가는 것도 시장 풍경의 정취를 계속 이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니 계속 걸어보자.

◆ 동묘와는 비교 불가능한 크기를 자랑하는 황학동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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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가 그냥 벼룩시장이라면 황학동 시장은 거대한 물류 백화점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이 일대를 눈으로만 구경한다고 해도 어림잡아 2시간 정도가 걸리니 시장의 크기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이 지역을 원활하게 설명하고자 황학동 시장으로 모두 묶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본다면 각자 다른 업종의 물건을 판매하는 몇 개의 시장들이 모여 있다. 이 중에서 우리 같은 일반 사람이 구경하기에는 만물시장과 주방거리가 제일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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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만물시장은 가보면 문자 그대로 세상에 모든 것이 있을 것 같은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오래된 시계, 카메라, 인테리어 소품, 중고 가전제품 등 글로 다 담아 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물건들이 즐비해 가는 길손의 발목을 잡는다.

파는 물건이 다양한 만큼 손님 역시 다채롭다. 가격 흥정하는 외국인, 심심해서 구경하는 꼬마, 예전 물건을 구매하는 노신사 등 이런 환경에서 쇼핑을 하고 있자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란 생각이 절로 날 정도다.

이렇게 별천지인 만물시장을 지나 옆 블록으로 넘어가면 주방거리가 보인다. 워낙 규모가 큰 거리기 때문에 딱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지칭하기는 힘들다. 거기다 우리가 생각하는 주방기구 외에도 일상 가정에서 보기 힘든 주방 용품까지 거래가 오가기 때문에 자칫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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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음식점 주방에서만 보던 조리 도구와 그릇 등 평소에 쉽게 구매할 수 없었던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현장구매인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물건에 따라 흥정을 통해 할인까지 받을 수 있으니 찬찬히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시장을 계속 걷다보면 아마 허기짐이 슬슬 찾아온다. 시장 내부에는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파는 집이 곳곳에 존재한다. 본인 취향에 맞게 선택해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맛있는 게 먹고 싶다면 황학동 곱창 골목을 찾아가보자. 위치는 앞서 동묘에서 황학동으로 넘어오는 영도교를 지나서 조금만 걷다보면 보인다. 주 메뉴는 야채곱창으로 푸짐한 양과 맛을 자랑해 많이 걸어서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는 데에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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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 느림, 가끔의 핀잔 등 빠름과 친절을 추구하는 요즘 세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말들이다. 하지만 이 시장들에서 만큼은 다 내려놓고 잠깐이나마 경험하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정서를 추억해보는 것도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

트레블라이프=김초롱 kcr86@travellife.co.kr

TRAVEL TIP: 이 시장들에서 마트나 백화점 같은 친절은 바라지 않는 것이 좋다. 몇몇 상인들에게는 너무 쌀쌀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지만 제품에 대해 물어보면 친절하게 답해주니 그런 모습에 실망해서 돌아가지 말고 내 마음 편하게 쇼핑하는 것이 좋다.

이밖에 자영업을 하는 상인들인 관계로 사진 촬영에 민감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전체적인 풍경 사진은 괜찮지만 마음에 드는 상점을 집중 촬영하고 싶다면 주인에게 동의 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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