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묘로 떠나는 여행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묘로 떠나는 여행①

2015.11.26. 오전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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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묘로 떠나는 여행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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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동묘를 처음 본 순간 이런 말이 떠오른다. 흥인지문, 종묘, 창경궁, 창덕궁, 사직단 등 많은 문화재가 즐비한 서울이지만 동묘만큼 우리 생활과 밀착해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는 동묘를 중심으로 형성된 벼룩시장과 인근에 위치한 황학동 시장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문화재 특유의 분위기를 인근 시장들을 통해 사람 사는 냄새도 느끼면서 아이쇼핑도 즐길 수 있게끔 중화시켜줘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묘로 떠나는 여행①

특히 지난 2013년 ‘무한도전’에서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저렴하고 특별한 옷을 구매하기 위해 찾은 이후부터는 10~20대 층의 방문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전세대가 어우러지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최근 뜨겁게 떠오르는 역사와 멋이 공존하는 동묘 인근을 2부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 한수정후 관우를 모시는 사당 ‘동관왕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묘로 떠나는 여행①

옥은 부서질지언정 그 흰빛을 잃지 않으며 대나무는 불에 타도 그 곧음을 잃지 않는다. 내 몸은 비록 죽을지언정 그 이름은 죽백에 남을 것이다.”

이렇게 비장하기 그지없는 말은 남긴 관우는 알고 있었을까. 이름을 남기다 못해 먼 타지에 자신을 모시는 사당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에게는 촉나라를 개국한 유비의 듬직한 의형제로 멋진 수염을 자랑하며 청룡언월도와 적토마를 타고 전장을 지배하는 장수의 모습으로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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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옆 나라 중국에서 관우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는 또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義(의)를 숭배하고 문무를 겸비한 장수로 죽어서도 군신으로 추앙받으며 아직까지 중화권에서는 관제묘란 관우를 숭배하는 사당을 만들어서 신으로 모시고 있다.

서울에 있는 사당의 정식 명칭은 ‘동관왕묘’로 줄여서 동묘라고 부른다. 보물 제142호로 지정됐으며 1601년 선조 34년에 건립됐다. 서울 지하철 1, 6호선 동묘역 3번 출구로 나와 도보 2분이면 도착 할 만큼 접근성은 좋다. 동묘를 찾아가는 초입부터는 그 유명한 동묘 벼룩시장이 펼쳐지기 때문에 천천히 구경하면서 걷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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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장을 조금 지나면 딱 보기에도 ‘나 문화재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옛 한옥이 보인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밖에서의 시끌시끌했던 시장판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고고한 문화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관공이여 어찌해 이 먼 나라까지 행차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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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의 구조는 출입구인 외삼문을 지나 내삼문을 시작으로 서무와 동무가 양쪽으로 펼쳐져있다. 그 뒤편에는 관우를 모신 정전이 있다. 크게 다섯 채로 구성된 동묘는 아담하지만 알차게 구성됐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정전 내부에는 황금색으로 치장한 관우 조형물이 가운데 늠름하게 있으며 그 양옆으로 부하장군들의 조각상이 관우를 호위하고 있는 형상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 한복판에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중국 사람을 모시는 사당이 있을 수 있어?란 질문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어리둥절한 일이지만 선조 34년이란 건립 당시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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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주기위해 참전한 명나라 장수의 요청으로 1598년에 남관왕묘가 서울 남쪽에 세워지는 것을 시작으로 동묘, 북묘, 서묘 등 서울 동서남북 모두에 관제묘가 건립됐다. 현재는 이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동묘만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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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건물답게 동묘에는 한국 문화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중국식 건축법이 남아 있다. 특히 정전의 벽돌벽과 지붕모양 실내 구성과 장식 등이 중국풍 건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역사적 가치 또한 높다.

어쩌면 동묘는 다른 문화재들에 비하면 소박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묘가 특별한건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느껴져서 일 것이다. 삼국지를 좋아하고 (특히 관우를 숭배한다면) 사람들 사는 모습이 보고 싶다면 이번 주말 동묘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트레블라이프=김초롱 kcr86@travellife.co.kr

TRAVEL TIP: 동묘역 인근에는 냉면으로 유명한 ‘낙산냉면’과 ‘깃대봉냉면’이 위치해 있다. 매콤하지만 입에 착 감기는 맛으로 많은 냉면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으며 이 근방에서 냉면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낙산냉면은 동묘역 9번 출구로 나와 2분만 걸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깃대봉냉면’은 10번 출구로 나와 7~8분 정도 걷다보면 보인다. 추운계절에 어울리지 않은 메뉴지만 특별한 냉면 맛으로 유명한 집들이니 한번쯤 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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