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데, 가까운 폭포나 보러 갈까...'남양주 피아노폭포'

심심한데, 가까운 폭포나 보러 갈까...'남양주 피아노폭포'

2015.11.12. 오전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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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데, 가까운 폭포나 보러 갈까...'남양주 피아노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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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심심한데 가까운 폭포나 보러 다녀오자"

지금 사는 곳이 제주도나 강원도 쯤 되면 몰라도, 서울 사는 사람에게 저게 말이 되는 소린가.
...그런데 말이 된다.

자동차로 서울에서 한시간 남짓 거리에는 '심심하면 찾아갈 수 있는' 피아노폭포가 있다.

피아노폭포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흔히 '마석'이라는 지명으로 알려진 동네에 있다. 인근에 천마산 휴양림이 있고, 청평 또는 양평으로 갈 수 있는 길목이다.

폭포의 규모는 꽤 웅장하다. 수직 높이 61m, 경사면의 길이 91.7m에 달한다고 하니, 상당히 큰 편이다. 높이로 따지면 제주도의 유명한 천지연폭포가 21m, 정방폭포가 23m라 하니, 장난이 아닌 셈이다.

심심한데, 가까운 폭포나 보러 갈까...'남양주 피아노폭포'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마석 그 쪽에 그 커다란 폭포가 만들어질 만한 자연환경이 있었나?"

사실 피아노폭포는 인공폭포다. 화도푸른물센터(구. 화도하수처리장) 내에 있다.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도 푸른물센터에서 직접 처리해 재활용한 물이란다.

심심한데, 가까운 폭포나 보러 갈까...'남양주 피아노폭포'

그러니까 냄새나고 시커멓던 그 하수를, 찌꺼기 걸러내고 불순물 가라앉히고 냄새를 빼내는 등의 노력을 거치면 다시 맑은 물이 되는데, 그 물을 끌어올려서 폭포수로 쓴다는 얘기다.

하수처리장 일부를 시민에게 체험학습 및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는 사례는 많다. 하지만 새롭게 태어난 물을 이용해 폭포를 만든 곳은 화도푸른물센터가 처음이다. 발상의 전환은 정말 놀랍다.

센터 측은 "하수처리수를 이용한 최초, 최고의 폭포로 기네스북 등재를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심심한데, 가까운 폭포나 보러 갈까...'남양주 피아노폭포'

놀라운 발상의 전환은 이게 끝이 아니다.

여름이면 센터는 '워터파크'로 변신한다. 물이 깊지 않아 어린아이들이 놀기 딱 적당하다.

아이들은 "물놀이 가자"고 졸라대는데, 멀리 가려니 몸도 피곤하고 지갑도 얇은 가장들이라면 "그래! 심심한데 폭포 보면서 물놀이하러 가자"고 호기 한 번 부려볼 만 하다.

간 김에 폭포도 보고, 물놀이도 하는 거지. 또 하수처리시설 견학도 시켜줄 수 있으니, 가까운 나들이 용으로는 이만한 일석삼조가 또 없다.

심심한데, 가까운 폭포나 보러 갈까...'남양주 피아노폭포'

물놀이장 위로는 그랜드피아노처럼 생긴 하얀 건물이 하나 있다.

아무래도 이 건물 때문에 '피아노폭포'라고 이름 붙인 듯 하다.

심심한데, 가까운 폭포나 보러 갈까...'남양주 피아노폭포'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밟으니 '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 음계의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아니나다를까, 엄마 아빠와 함께 이 곳을 찾은 아이들은 피아노 계단을 연신 오르내리며 신기해한다. 아무래도 계단에 푹 빠진 모양이다.

심심한데, 가까운 폭포나 보러 갈까...'남양주 피아노폭포'

"낚...였....다"

그래, 이 피아노 건물 안에 화장실이 있을 거라곤 생각했다. 하지만 건물 전체가 화장실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피아노폭포를 바라보며 커피나 한 잔 하려고 했던 생각이 와르르 무너진다. 대신에 피아노폭포를 바라보며 세수하거나 손 씻는 건 가능하겠다.
하긴, 하수처리수를 폭포로 만들겠다며 발상을 뒤집은 곳이 여기 피아노폭포다. 카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곳에 정말 카페가 있으면 재미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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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화장실 옆 작은 건물에 있으며, 매점을 겸하고 있다. 오랫동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커피 한 잔을 음미할 만한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커피 한 잔 사 들고 폭포 앞에 서서 홀짝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피아노폭포는 어린 자녀와 함께 가족 나들이로 잠깐 들르기에 좋은 곳이다. 하지만 연인끼리, 혹은 혼자서 방문해도 나쁘지 않다.

특히, 여러 차례 좌절을 겪으면서 "나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면, 잠깐 짬을 내 피아노폭포에 가 보자. 그 더럽고 냄새나던 하수조차 깨끗한 폭포수로 거듭나는 곳이다. 그래도 사람이 하수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트레블라이프=유상석 everywhere@travellife.co.kr

travel tip: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매우 불편하다. 전철 마석역이나 시내버스 '마석종점'에 도착한 후, 금남리 또는 백월리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문제는 이들 버스의 배차간격이 매우 길다는 것. 짧게는 50분에서 길게는 2시간 넘게 벌어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자가용이 편하다.

피아노폭포는 여행의 메인 코스로 잡기보단, 청평이나 양평 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코스로 잡는 것을 추천한다.

네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입력할 때 옵션을 '무료 경로'로 설정해보자. '수레로'와 '폭포로'를 거치는 경로로 안내한다면 성공이다. 시골길의 경치가 상당히 괜찮다.

물론 수레로와 폭포로를 거쳐서 청평이나 양평으로 가려면 유료도로나 6번·46번 국도 등을 거치는 것보다 오래 걸린다. 하지만 주말이나 연휴, 휴가철엔 큰 길로 다녀도 어차피 밀린다. 천천히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막히는 길로 차를 집어넣어 짜증내는 것 보다, 차 없고 경치 좋은 길을 선택해 쉬엄쉬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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