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생활의 의식주, 그리고 즐거움(樂) [김지혜의 가족캠핑①]

노지생활의 의식주, 그리고 즐거움(樂) [김지혜의 가족캠핑①]

2015.11.12. 오전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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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생활의 의식주, 그리고 즐거움(樂) [김지혜의 가족캠핑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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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한 가족의 겨울 캠핑 도전기 #01

◆ 프롤로그

다소 거창하게 들리긴 하지만, 이번에 주제로 삼은 것은 '겨울 캠핑을 통해 돌아보는 삶과 생활'이다.

나는 도시에서 태어났고, 도시를 벗어나서는 살아본 적이 없다. 애초에 캠핑에 대한 로망 비슷한 것도 가져보지 못했다.

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연재를 약속하고 첫 글을 써내려가는 이 시점에도 '노숙'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이 행위가 생활에서 이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여전히 의아할 따름이다.

우리 가족의 캠핑 경력은 그다지 길지 않다.

올해 5월, 공교롭게도 육아휴직을 마치고 '불편한 희망'을 품은 채 다소 복잡한 심경으로 직장으로 복귀하던 첫 주말, 남편의 친구와 용인의 모 캠핑장에서 소박하게 하룻밤 지내고 온 것이 우리의 첫 캠핑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40년 인생을 통틀어 나는 꼭 두 번, 건물이 아닌 공간에서 잠을 자 본 상태였다.

한 번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걸스카우트에서 뒤뜰야영을 한 것, 그리고 또 한 번은 그 이듬해 즈음 남이섬 야영장에서 군막사와 같은 공간에서. 마찬가지로 걸스카우트 활동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 번째 경험에서는 '텐트'를 치는 이들의 모습도 흥미롭고, 별이 총총한 밤하늘도 좋았지만, 두 번째는 무척이나 공포스러웠다. 사방온데에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위협적인 날갯짓을 하는 곤충들의 '촉감은 경악 그 자체였던 것.

여하튼 그러한 이유로 나는 꽤나 오랜 기간 캠핑, 이른바 '노숙'의 반대파로 살아왔다.

노지생활의 의식주, 그리고 즐거움(樂) [김지혜의 가족캠핑①]

그러고 난 뒤로도 벌써 8번째, 근거리 오토캠핑장에서 시작한 여정은 강원도로, 이제는 한 술 더 떠 '장박지(長泊地)'를 정하고 11월부터 1월까지 석 달 동안 겨울캠핑을 계획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보유한 겨울장비는 두툼한 침낭과 한기를 막아주는 매트 네 조각이 전부다. 꽤나 성능이 좋은 핫팩 여남은 개는 지난 10월 말 떠났던 캠핑에서 모조리 소진했기 때문이다.

발열에 필요한 장비는 앞으로 난로 한 가지 정도만 더, 그것도 내의만 입은 채로 텐트 안에서 생활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고심해서 챙겨갈 생각이다.

덕분에 이번 크리스마스는 아무래도 캠핑장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70여개나 되는 사이트가 만석이 될 지경이라 하니, 물어보나마나 꽤나 성황인 모양이고, 우리 삼부자께서 그걸 놓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싼타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이브 우리 가족의 부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리로 오시라고 할 수도 없고.

여튼 고민을 잠시 뒤로 하고, 앞으로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캠핑의 의식주와 즐길거리 모두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궁무진한데, 과연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노지생활의 의식주, 그리고 즐거움(樂) [김지혜의 가족캠핑①]

결국 이번 겨울 석 달 동안의 이야기는 우리의 '체험기'를 중심으로 하되, 장박지에서 만난 다른 우리 가족들의 '현명한 노하우'도 다뤄보는 것으로 큰 방향을 정했다. 나름의 재미난 방법들을 찾아보다 보면 몇 달 후에는 정말로 '해법'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겨울캠핑의 몇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분명히 밝히지만 캠퍼들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보다 많은 이들이 캠핑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상품을 직간접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세상에 낭비해도 되는 유일한 것은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정성을 조금 더 들이면 다른 것, 이를테면 물자와 자원 같은 것들을 조금씩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조금씩 깨닫고 있다. 얼마 되지 않은 경험이지만 이러한 가치는 캠핑에서도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건 정성을 들여 매만지고 공들이면 조금 더 빛이 난다. 한옥의 마룻바닥을 마른걸레로 윤을 내어가는 재미와 닮아 있다할까, 캠핑에는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일상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현명한 순간들을 온전히 마주할 시간들이 있다.

캠핑, 이 행위의 필요성을 철저하게 부정했던 내가 가족과 어우러져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갖게 된 경험이 예비, 혹은 초보 캠퍼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정보는 철저하게 주관적이고 비전문적일 확률이 높으니, 보다 깊이 있고 전문적인 정보가 필요한 독자께서는 개인 블로그나 캠핑 동호회 사이트, 혹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녹록치 않은 경력의 선배 캠퍼들의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첫 번째 주제는 옷가지들, 떠날 때나 돌아왔을 때를 생각해서라도 최소한의 부피로 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옷가방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은 우리 부부가 신혼여행을 준비하던 그 무렵부터 매번 여행 때마다 논쟁을 거듭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 에피소드 #01_내의와 수면양말

노지생활의 의식주, 그리고 즐거움(樂) [김지혜의 가족캠핑①]

2015년 5월 우리가 첫 캠핑을 계획한 그 전날, 당일 비가 온다고 했다.

틀림없이 그렇다는데도 삼부자는 포기는커녕 아예 나의 이야기는 귀에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여튼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네 식구의 우비를 챙기고, 더불어 기온이 떨어질 것을 생각해 내의까지 가방 속에 접어 넣은 나 역시 무모한 도전의 공범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텐트하고 이불만 챙겨오라 했다는 남편 친구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맛있게 커피를 끓여 마실 기대에 10년이 넘은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작은 주전자, 그리고 컵과 컵받침 등 몇 가지 주방용품도 담아 갔다.

솔직히,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기대가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비록 20대 때의 일이기는 하나 아프리카 여행을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았던 적도 있었던 내가 아닌가.

노지생활의 의식주, 그리고 즐거움(樂) [김지혜의 가족캠핑①]

같은 해 10월 말, 그럭저럭 벌써 8번째나 되는 최근 캠핑길에 내가 저지른 커다란 실수는 정작 추위를 가장 많이 타는 본인이 입을 내의를 챙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건 네 개의 의자 중 두 개의 의자를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시골 장터를 모조리 뒤져 플라스틱 간이 의자를 구해서-구입한 것이지만 그저 돈을 주고 샀다고 하기에는 비용 이상의 수고스러움이 요구되었고, 돌아오는 길에 트렁크에 다른 짐들과 싣는 일도 만만치 않아서 남편에게 애원하다시피 했고, 결국 싣고 오게 된 그것에-겨우 앉아서 보낸 여름 휴가캠핑보다도 조금 더 난감한 상황이었다.

첫날은 몹시 추웠지만, 저녁 7시 경에야 캠핑장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짐을 나르느라 부지런히 움직였고, 그나마도 '도심의 온기'가 대부분 몸에 남아있는 터라 막상 그렇게 추운 것을 잘 알지 못했다.

그날 밤에, 그리고 그 다음날 밤에도 텐트 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는 것을 안 시점은 이틀 밤을 자고 난 후 아침이었다. 시험 삼아 생수병을 텐트 안에 들여놓고 잠을 청했는데, 아니나다를까 하룻밤 정도 냉동실에서 있었을 때와 같은 페트병의 상태를 볼 수 있었던 것.

결국 '냉동고'에서 잠을 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난로는커녕 전기요 한 장 없이 이틀 밤을 보낸 우리의 무용담은 당연히 그 주말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여튼 동계캠핑의 예비 훈련 정도로 여기고 무모하게 길을 나섰던 우리는 영하 7도나 되는 바깥 날씨에 오로지 침낭과 에어매트(남편으로부터 '과학의 결정체'라는 칭송을 받은), 그리고 흔들어서 발열시키는 핫팩 몇 개에 의지해 잠을 자고 깨어나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10살과 8살 난 우리 아들들은 도톰한 내의와 겹바지를, 추동간절기 점퍼 2겹까지 모두 입힌 채로 재웠다.

노지생활의 의식주, 그리고 즐거움(樂) [김지혜의 가족캠핑①]

한 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수면양말을 챙긴 일이다. 잠을 청하려고 침낭에 몸을 들이자마자 들었던 소스라치게 발이 시린 느낌은 신기하게도 수면양말 한 겹을 더 신는 것으로 완벽하게 해결이 되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견디는 것이 캠핑이라고들 하지만, 반드시 챙겨야 할 목록은 분명이 존재한다.

정말로 무더위가 가시지 않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늘, 발열내의를 챙겨야 한다. 숲 속의 날씨가 아이스커피보다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당기는 기온이라면, 수면양말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캠핑을 준비할 때는 여느 여행을 준비할 때보다는 조금 더 비장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준비상태에는 항상 조금씩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서 또 시도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난번 캠핑에 어처구니없이 빠뜨려 '다음번에는 반드시 먼저 챙겨 넣자'했던 의자를 챙겨가서는 안도하며 자리에 앉는 순간 또다시 다른 이유로 "아차차!"하지 않도록.

옷가방 문제의 경우, 목록을 간략하게 메모한 지퍼백 몇 장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나 역시 이번 캠핑을 다녀오고 나서다.

시행착오의 반복으로 얻어지는 깨달음, 그것에서 이 행위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게다.

트레블라이프=김지혜 excellent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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