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PLUS 대학생 칼럼:민다솔의 WAR이야기]첨단 무기보다 무서운 ‘공포’와의 전쟁

[YTN PLUS 대학생 칼럼:민다솔의 WAR이야기]첨단 무기보다 무서운 ‘공포’와의 전쟁

2015.06.19. 오후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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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라는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무서운 ‘공포’라는 심리적 바이러스에 대처해야

대한민국은 현재 메르스와 전쟁 중이다. 메르스라는 적과 싸우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사력을 다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물론 초기 대응이라는 첫 전략에서 쓴맛을 봤던 것은 사실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면 대한민국은 아마 이렇게까지 공포에 떨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이 ‘메르스’라는 적의 전략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기습 공격을 하는 게릴라전처럼 메르스도 초기에 ‘적’에 대해 정확한 정보 없이 안일하게 대처했던 대한민국을 여지없이 강타해 ‘공포심’을 주입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필요 이상으로 더 증폭된 것은 아닐까?

사실 ‘공포’는 전쟁 수행에 있어 가장 효과적이자 완벽한 전략이다. 인류의 지난 역사 속 위대한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받는 장수들은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공포’라는 전술을 자주 사용했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몽골제국의 지도자 칭기즈칸은 뛰어난 통솔력과 조직력으로 역사적인 인물로 기억되지만 ‘공포’를 주 전술로 삼아 무차별적으로 도시들을 정복했다. 칭기즈칸은 정복 전, 점령할 도시에 사신을 보내 항복을 권했지만 약간의 저항이라도 있을 경우 철저한 보복으로 도시를 황무지로 만드는 일관된 잔혹성을 보였다. 이 때문에 후에 칭기즈칸에게 정복당했던 많은 서역,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는 지레 겁먹고 항복을 한 곳도 많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도 테러집단들이 ‘공포’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살 폭탄 공격과 납치, 살해 등 테러집단들의 악행은 분명 2000년 이전에도 존재했음에도 미국이 이들의 잔혹성을 뼈저리게 깨닫고 국가 차원에서 강도 높은 대응책을 마련했던 것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다. ‘공포’가 자유의 상징인 미국 본토에 상륙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것도 낸 것이지만 그 광경을 TV 생중계로 지켜본 미국인들에게 심어준 ‘공포’라는 정신적 충격과 피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현재 국제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IS 역시 ‘공포’를 이용하고 있다. 공개 참수 동영상 등 참혹한 광경을 무분별하게 노출하면서 공포심을 유발해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공포’는 우리의 선택권을 제한한다. 실제 전시상황에서 군인들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데 이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공포까지 포함한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자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때 미 육군 전쟁 역사가로 활동했던 S.L.A. 마샬(Samuel Lyman Atwood Marshall) 준장은 (1900-1977) 그의 책 'Men Against Fire'(1947)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적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사격을 가하지 않았던 소총수들이 허다했다고 지적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눈앞에 보이는 참혹한 현실에서 느낀 ‘공포’라는 충격에 사로잡혀 두뇌활동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우리 뇌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위기와 공포 상황을 직면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판단하는 ‘두뇌활동’을 멈추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현대전은 시뮬레이션 등 강도 높은 훈련을 거친 군인들이 참전하기 때문에 과거와 빗대어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공포를 제어하는 훈련을 받았다 한들 무지의 공포(fear of unknown)는 간과할 수 없다.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적의 전략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한다면 싸워볼 만하다. ‘공포’의 주요 전략은 초반에 파고들어 공포를 심어놓고 우리 스스로가 한계를 만들어 수동적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칭기즈칸에게 항복했던 도시들은 바로 옆 도시의 몰락을 보면서 설사 군사적 대응 능력이 있었다 해도 감히 적극적으로 대적해 볼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현대전에서는 ‘공포’와 맞서기 위해 군인들에게 무수한 반복적 훈련이라는 ‘조건반사’ 전략으로 전쟁터에서 무지의 공포와 싸우게 한다. 위급 상황에서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무의식 속에서 반사적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쟁은 전략 싸움이다. 전략이 바로 서있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군인과 무기가 투입된다 해도 승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공포’란 적은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기 때문에 첨단 무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다. 하지만 적의 주요 전략과 전술을 파악한다면 철저한 준비와 공격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임진왜란 당시 수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던 왜군에 맞서 싸워야 했던 이순신 장군이 휘하 군사들의 공포심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사즉생(死則生)의 의지로 바꿔 대승을 거둔 과정은 영화 ‘명량’에 잘 묘사되어 있다. 현재 메르스 초기 대응 문제로 야기된 확전 상황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순신 장군이 구사한 것처럼 ‘공포’라는 적을 뿌리칠 수 있는 확실한 ‘승리의 의지’다.

[YTN PLUS 대학생 칼럼:민다솔의 WAR이야기]첨단 무기보다 무서운 ‘공포’와의 전쟁

민다솔 (1994년생)
dasolmin63@gmail.com
美 뉴욕 주 카디날 오하라 고등학교 졸업
英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재학 [전쟁학(War Studies)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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