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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PLUS 뇌과학 칼럼] “그땐 참 좋았지…” 복고 열풍이 행복했던 기억 불러일으켜
    <브레인미디어 전은애 기자>

    대한민국이 복고 열풍에 휩싸였다.
    '국제시장', '세시봉'과 같은 영화와 90년대 인기가수들이 방송과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의류, 식품 등의 산업으로도 이어지면서 ‘추억 마케팅’이 올 해 핫이슈로 떠올랐다.

    우리가 이토록 복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복고풍이 사람들로 하여금 팍팍한 현실을 잠시나마 벗어나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뇌는 보거나 들은 것을 그대로 기억하지 않는다. 명절 연휴나 동창 모임에서 옛날 일을 이야기하다 보면 같이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이 너무 달라 놀랐던 경험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뇌는 기억을 사진처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요소들을 뽑아내서 그것을 머릿속에 저장한다. 그런 다음 그것을 그대로 인출하기 보다는 재창조하거나 재구성해서 인출한다.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그 경험 후에 획득한 감정과 신념, 또는 지식까지 추가된다. 다시 말해 과거의 기억은 사건 이후 획득한 정서나 지식에 따라 다르게 저장된다. 만약 모든 것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계 최초로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tic syndrome) 진단을 받은 미국의 질 프라이스(Jill Price)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프라이스는 열네 살 이후 벌어진 매일 매일을 완벽하게 기억하며, 날짜만 대면 그날 자신이 한 일, 겪은 일을 순서대로 정확히 기억했다. 1994년 4월 27일 날씨는 어땠으며, 무엇을 먹었고, 심지어 그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언론 매체를 통해 들은 사건과 뉴스까지 기억해 냈다.

    UC 어바인대학의 제인스 맥고(James McGaugh)교수는 프라이스를 5년간 심층 관찰한 결과 그녀가 전전두엽의 기능에 장애가 있음을 밝혀냈다. 전전두엽은 다른 뇌 기능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의 뇌는 기억을 억제하는 기능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해야 했다.

    프라이스는 자신의 저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에서 본인의 기억 능력을 ‘축복이자 저주’라고 표현했다.

    “언제든 그날로 돌아가 그때의 일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어 아름다운 과거를 기억할 때는 행복하다. 그러나 친구와 싸웠던 일 하나하나, 내가 저지른 바보 같은 실수, 내가 절망에 빠졌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건 정말 괴롭다.”

    프라이스와 달리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능력은 매우 선택적이다. 결혼식이나 끔찍한 자동차 사고처럼 매우 중요하거나 정서적으로 강렬했던 사건 위주로 기억한다. 어찌 보면 현재 내가 기억하는 과거는 나 스스로 편집하고 감정을 불어넣은 한 편의 영화라 할 수 있다.

    90년대 가요를 들으며 ‘저 땐 참 좋았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90년대의 내가, 혹은 어떤 사람도 매일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나 방송에서 당시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잊고 있던 행복한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행복했던 기억만 간직하고 싶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바로 지금 행복하면 된다. 그럼 뇌는 재빠르게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편집해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