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테러방지법, 필수기능 보완해야" 김수민 전 국가정보원 2차장

[피플앤피플] "테러방지법, 필수기능 보완해야" 김수민 전 국가정보원 2차장

2017.08.18. 오후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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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테러방지법, 필수기능 보완해야" 김수민 전 국가정보원 2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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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감청, 금융계좌 추적 등 ‘테러 예방’에 꼭 필요한 부분은 더 채워야 합니다.”

‘테러방지법’을 제정한 김수민 전 국정원 2차장은 올해 시행 1주년을 넘긴 테러방지법에 관해 이렇게 평했다.

김 전 차장은 “기관끼리 정보 공유나 협조 등은 발전했지만, 북한 미사일 도발 등은 여전하기 때문에 철저한 테러 방지 준비가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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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차장은 2014년 국정원에서 2년간 봉직한 후 현재 법무법인 ‘민주’의 변호사로 있다.

국정원 부임 전에는 서울 중앙지검 1차장, 서울 서부지검장, 부산지검장 등 검찰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서울서부지검장 시절에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씨 관련 비리 의혹과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또한 ‘전자발찌법’과 ‘테러방지법’ 등 굵직한 법안을 제정했다. 테러방지법은 원래 작년 2월 법안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됐으나, 통과를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3월 2일에서야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국가정보원이 주도해 처음 발의됐으나,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고 이제야 법제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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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차장은 “국민을 보호하려면 테러의 인적·물적 수단 관련 정보 수집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테러 자금의 유통 정보, 테러분자의 통신 감청 등 테러리스트 추적을 위한 기본적 기능에 대해 국정원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는 반대 주장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보수집과 분석, 대북 대테러 등 대공수사 업무를 지휘하는 자리이다.

다음은 김수민 전 차장과 일문일답이다.

Q. 국가정보원을 떠나 법조로 복귀하셨는데, 소감이 어떤가?

정보기관은 전 CIA 국장 조지 테닛의 표현대로 ‘마법의 황야’와 같아서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다. 이에 비하면 법조계는 오래 몸담았던 곳이라 한결 마음이 편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2기 수료 후 군복무를 마치고 1985년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와 검찰청에 있다가 퇴임했다. 이후 변호사로 일하다가 지난 2014년 국정원 제2차장으로 2년 있었다. 30여 년의 공직생활 가운데 선거방송심의위원장을 제외하고는 검찰과 국정원에서 인생을 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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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테러방지법’은 정치 상황이 변한 만큼, 실효성 보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진통의 원인은 국정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인권 침해법이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사람들의 이해가 절실하다. 보완에 있어서는 국정원의 근본적인 개혁이 진행되고 있으니, 대(對)테러 업무의 컨트롤 타워나 용의자 추적을 위한 통신감청과 테러 지원 자금 차단을 위한 금융계좌 추적처럼 테러 예방에 필수적인 기능을 더 채워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 입법 발의안이 담고 있던 중요 사항들을 모두 입법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입법적 문제들도 있다.

국정원에 부임해 보니, 테러 용의자나 지원 자금의 추적이 불가능하고 외국과의 테러 공조나 정보기관 간 정보교류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유일한 근거 규정인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1982년도 대통령 훈령)’은 제정된 지 30여 년이 지나서 우리나라에 외국인 체류자가 대폭 늘어난 현실에 맞지 않고 테러단체 관련자들을 적발하더라도 처벌 법규가 없어 국외로 추방하는 것이 고작 이었다. 북한의 테러 공격은 늘 있어왔고, 그 무렵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던 ISIL(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은 우리나라를 테러 대상국가로 지목하는 등 테러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작년 초, 우리나라 청년 한 명이 ISIL에 합류하고 젊은 여성도 가담하기 위해 출국하려다 국정원에 의해 공항에서 제지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후 테러로부터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2001년 발의한 법안의 입법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했다. 저는 퇴임할 때까지 국회와 정부, 당정협의 회의에 무수히 출석해 입법의 시급성을 호소했다.

당시 요지는 ‘우리나라에서 테러는 ‘설마’가 아닌 ‘자칫’이 되었고, 한국은 이제 테러청정국이 아니다. 테러는 공포의 심리전이므로, 공포의 균형을 위해 강력한 대응의지를 과시할 필요가 절실하다. 테러는 예방해야지, 진압은 별 의미가 없다. 꼭 10년 전 전자발찌법의 제정을 호소하면서 공언한 것처럼, 만약 이 법을 악용해 정치 사찰한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사퇴하고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테러방지법’이란 대테러활동 관련 실무 조정 등을 하는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하고, 국가정보원에 정보 수집권과 추적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국정원은 테러 위험인물의 사상·신념·건강 등 민감 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위치정보·통신이용 정보 수집, 출입국·금융거래 기록 추적 조회, 금융 거래 정지 등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경우 국무총리인 대책위원회 위원장에게 사전 또는 사후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대테러 업무 수행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권보호관 1명을 대책위 밑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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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성범죄자 ‘전자발찌법’도 제정하셨고, 이제 일반 강력범으로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효과는 어땠나?

2006년 법무부 보호국장 시절에 일익을 맡아 제정한 법률이다. 시행되자마자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줄고 부작용도 미미해 살인범과 강도범 등 일반 강력범까지 적용범위를 넓히는 법 개정이 거듭 됐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전자발찌는 국민을 성폭력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비형벌적 보안처분으로 소급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소급효까지 인정했다.

전자장치 부착제도는 선진국에서 성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 제도임에도, 학계나 시민단체는 도입에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국회에서도 반대의견이 많았다. 선진국 입법과정과 운용실태를 연구해 입법전략을 짜고 적용대상자의 재범위험성에 관한 요건을 축소하는 타협안을 마련해 호소하던 중에, ‘용산 초등생 성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분위기가 급반전되어 법을 제정할 수 있었다.


Q. 국정원에 취임하실 당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정원 책임 유무가 화두였는데, 국정원 개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당시 소위 댓글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의혹사건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소방수 역할에 몰입할 수밖에 없던 처지였다. 신임 원장은 국정원에 오래 근무한 분이라서 적폐의 원인을 알 테고 강력한 개혁의지도 밝히고 있으니, 잘 해낼 것으로 본다. 인적쇄신 작업에서 옥석을 가려 후유증을 예방하고 일탈의 유혹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계급정년 등 ‘인사제도’에도 획기적인 조치를 기대한다. 막상 부임해보니 직원들의 자질이나 전문성이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고 사명감도 투철해 내심 놀랐다. 다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직·간접적인 트라우마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점도 있어 아쉬웠다. 특히 정보요원으로서의 야성(野性)이 위축되고 관료화되는 현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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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 정부가 시작한 사정(司正) 작업은 어떻게 보는가?

적폐가 드러나고 국민들의 요구도 거센 만큼, 미룰 수 없는 국가적 당면 과제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탄생한 정부이므로, 부디 새로운 정부마다 통과의례처럼 치른 역사를 반복하지 말기를 바란다. 일각에서는 사정작업을 정치적 보복이라고 해석하기도 하므로, 진정한 개혁의 일환인 사정활동으로 평가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이 엄청난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소홀했던 부분이 적지 않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교한 전략의 청사진인 로드맵, 적절한 타이밍인 골든타임, 사회적 합의인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국민들은 다소 불만스럽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몇 걸음만 내딛으면 성공했다고 후하게 평가해주면 좋겠는데, 그것만으로도 국민과 후손이 꼭 지켜야할 빨간선인 '레드라인'을 제시하고 일탈하려는 발목을 잡는 효과는 충분하다. 또한 천수(天壽)를 누리려고 때맞추어 고통스런 갱생의 과정을 선택하는 솔개처럼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한편 노예제 폐지라는 신념을 접어둔 채 이를 반대하는 국민까지 설득해 끝내 관철시킨 링컨처럼 지혜로운 인내로 거버넌스를 이루길 기대한다.

국가 정체성 문제를 강조하면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전술 차원의 과제이고 정체성 문제는 전략 차원의 과제이므로, 달리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국가적 정체성을 대폭 양보하거나 상실한다면 통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는 통일된 조국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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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계신 법무법인 ‘민주’는 어떤 곳인가?

2001년 정병훈 대표 변호사가 설립한 이래 국내 변호사 34명, 외국변호사 4명, 세무사 2명이 속해 비교적 큰 진용을 갖춘 로펌이다. 대법관, 법원장, 검사장 출신 등 실력파 법조인이 포진했다. 2010년 이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사건이 40여 건, 대형로펌을 상대로 승소한 사건이 70여 건에 이르는 등 실적도 좋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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