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인공지능 시대, 교육 성패 가를 열쇠는?’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피플앤피플] ‘인공지능 시대, 교육 성패 가를 열쇠는?’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2017.01.25. 오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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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인공지능 시대, 교육 성패 가를 열쇠는?’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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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1등 하려는 각오 보다 ‘창의적인 자습(自習)’ 의지가 더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인공지능(AI)이 바둑을 두고, 인간을 진단해 약을 처방한다. 정보화 사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았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구글 알파고는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자기학습 프로그램으로 무장했다. 중국과 일본의 IT업체에서 각각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절예’와 ‘딥젠고’ 등도 인간과의 대국을 예고했다. 우리나라는 ‘돌바람’의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미국과 대만 등도 AI 바둑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뺏기는 인간의 삶이 과연 장밋빛일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피플앤피플] ‘인공지능 시대, 교육 성패 가를 열쇠는?’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이에 대해 이현청(68) 한양대 석좌교수는 “이론은 인공지능이 습득하게 하고, 우리는 창의·융합형 인재, 즉 '딥 러너(deep learner)'를 키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획일화된 입시형 교육에서 탈피하려면 창의성과 협동심을 깨우고,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피플앤피플] ‘인공지능 시대, 교육 성패 가를 열쇠는?’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다음은 이현청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지난 해 열린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교육 비전’ 논의가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미래 교육의 핵심을 ‘인간 고유의 품성’과 ‘창의적 능력’ 등으로 정했다.

1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까지는 인간이 우선되는 인간주도적 산업혁명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인간과 그에 버금가는 인공지능형 대체 인간의 대립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산업혁명이다. 어떤 미래학자들은 2023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예견을 하며, 이미 미국에서는 AI 약사, AI 의사, AI 변호사 등이 등장했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차별화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 우리 교육의 핵심이 돼야 한다.

특히 앞으로 대학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는 감성공학, 나노, 로봇, 복합 생명과학, 융합적 인지 사고 능력 등이다. 또한 초연결망, 초고속화, 초지능화, 초융합화 등을 위해 벽 없는 복합 영역을 만드는 것이 대학 교육의 과제가 될 것이다.

대학은 기초 학문을 대폭 강화하는 역할과 최첨단 4차 산업영역을 재구조화하는 역할에 더욱 힘써야 한다. 캠퍼스 중심의 대학은 현재 체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기에 단순한 교과 과정은 대폭 수정이 돼야 한다. 또한 대학은 앞으로 학습 허브, 학습지원센터, 학습 네트워크로써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더불어 1차 산업을 4차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즉, 정보통신기술인 ICT와 1차 산업을 접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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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은 높아졌지만, ‘선다형’ 시험 방식은 20여 년 째 그대로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선다형 시험 방식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는 단순한 지식과 공식, 사실(fact)을 습득해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다.

선다형 교육은 암기 위주의 반복 학습과 단순한 훈련에 의한 형식적 방식이다. 4차 산업사회는 실제 체험하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체득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즉 오감을 사용하는 암묵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성격에 따라 시험 존속 여부에 늘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 시험이 고교 과정까지의 학업성취 수준을 검증하는 ‘자격고사’인지, 아니면 변별력과 난이도 조정을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채점이 되는 ‘선발고사’인지 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상당수가 수능 시험 결과와는 상관없는 선발 과정으로 학생을 뽑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대학입학 시험은 내신 성적이 부족해 또 한 번의 기회를 갖고자 하는 학생들이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교육자의 학습법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교육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학습자 중심의 가상교육’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미래학자은 2040년경에 미국 대학교수의 40%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교육자의 역할은 이런 학습 방식이 잘 정착되고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학습 촉매자(facilitator)로 바뀔 것이다. 학습 교정자나 학습 디자이너 그리고 공동 평가자가 되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선생의 역량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학습자와 잘 소통하고 피드백을 전달하는 조언자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는 국적과 소속 등에 상관없이 전 세계가 온라인 등을 통해 하나의 강의를 듣게 될 수도 있다. 글로벌화에 따라 한 캠퍼스, 한 교수, 한 대학 시스템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


Q. 온라인 교육인 ‘무크(MOOC, Multi Online Open Courses)’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어떤 시스템인가?

무크는 다국적 학생을 흡수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다. 질의·응답, 토론, 과제 등 교수와 수강생 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7년 전에 MIT와 하버드대가 도입한 무크 강좌는 시작 초기에 강좌 34개에서 현재 3천개로 늘었다.

미국 중심의 무크 외에도 우리나라의 K-무크, 일본의 J-무크, 중국의 C-무크가 생기고 있고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으므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전공, 영역 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글로벌 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저는 이러한 미래 교육을 ‘보이지 않는 교육(Invisible Education)’으로 정의한다. 교육 패러다임의 대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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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청 교수는
한양대를 졸업한 후 미국 남일리노이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대와 남일리노이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미래교육학과 평생교육, 교육 사회학을 가르쳤다. 미시간대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고등교육과 인간발달에 관한 연구를 했다.

또한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호남대와 상명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 아태지역 고등교육협력기구 의장, 유네스코 대학 간 학점교류 및 상호인정 세계총회 의장 등 다양한 국제적 활동을 해왔다.

미국인명연구소(ABI) ‘21세기의 탁월한 지성‘, 마퀴스 후스후에서 발행하는 ‘후스후 인 더 월드’,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의 ‘21세기 탁월한 지식인 2,000명’ 등에 각각 올라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됐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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