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지진에 대비한 원전의 실태는?”, 송명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피플앤피플] “지진에 대비한 원전의 실태는?”, 송명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2016.11.09. 오후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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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지진에 대비한 원전의 실태는?”, 송명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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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잇따른 여진으로 이제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대중에게 각인됐다.

학계에서는 지진의 원인이 ‘양산단층’인지가 뜨거운 감자다. 양산단층이 활성인 경우 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경주 인근에는 원자력 발전소뿐 아니라 핵 폐기장 등이 있어 지진의 위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원전 입지 선정 등 핵에너지 정책을 위해 지진 가능성과 안정성을 보다 철저하게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플앤피플] “지진에 대비한 원전의 실태는?”, 송명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지난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은 규모 9의 지진에 버텼지만, 지진 때문에 생긴 쓰나미에 무너졌다. 1976년 미국의 티엠아이(TMI) 사고,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등도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다.

송명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며 “안전설비 확충 등 평소 대비를 잘해야 강진이나 쓰나미 등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용후핵연료관리 및 방폐물 안전협약 부의장을 맡고 있다.

[피플앤피플] “지진에 대비한 원전의 실태는?”, 송명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다음은 송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경주 인근은 원전 밀집지역이다. 원자력 안전, 이대로 괜찮은가?

원전은 부지 조사는 물론 엄격한 지질, 지진 조사를 거친 후에 들어선다. 한국의 모든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다. 규모 6.5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보다 약 20배 이상 강한 것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원전 24기는 물론, 앞으로 완공될 신고리 3, 4호와 신한울 1, 2호기부터는 규모 7.0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정부는 7.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원자력 시설을 보강할 방침이다. 경주 방폐장은 원전과 같이 규모 6.5, 화력발전소는 규모 6.3을 버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에 경상도 지역의 지진이 3백 여 차례였다고 기록돼 있는 만큼, 정부와 원전 운영회사 등은 지진 대비를 더욱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지진 가능성이 있다는 ‘활성단층’ 지역에서 발전소 운전을 계속해도 되는가?

‘활성단층’은 3만5천 년 이래 한 번 움직였다든가, 50만 년 이래 두 번 이상 움직였던 단층을 뜻한다. 현재 영남권에는 50~60여 개의 크고 작은 단층이 있고 이 중에 경북 영덕과 양산, 부산을 잇는 긴 단층이 바로 양산단층이다.

이 단층이 활성이라면 월성원전의 운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 보다 상세한 조사가 선행해야 한다고 본다. 원전은 물론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인근 도시의 각종 건물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 또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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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 원전에서의 쓰나미 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국내 원전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 발생 이후 이미 안전 점검을 마친 상태이다. 그러나 혹시 모를 사태를 위해 고리원전의 해안 방벽을 증축했고 원전별로 침수 방지용 방수문을 설치했다. 새 원전도 부지에 생길 수 있는 쓰나미, 폭풍해일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짓고 있다.


Q. 원전 가동 후에 생기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국내에서 매년 750톤 정도의 ‘사용후핵연료’가 생기지만 아직 이를 위한 처분장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각 원전 안에 임시 저장하고 있는데, 월성 원전의 경우 오는 2019년에 포화 상태가 될 것이다.

프랑스,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모두 중간 저장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고 있다. 핀란드는 천연암반 지역의 지하에 영구 처분 시설 건설을 승인해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할 때 지역민들의 반발이 있었는데,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할 때에는 이보다 더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플앤피플] “지진에 대비한 원전의 실태는?”, 송명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Q. 방사성 폐기물을 분해해서 유리 안에 가두는 ‘방사성 폐기물 유리화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약 10여 년 전, 제가 한전에 있을 때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변하지 않고 오래가는 물질이 ‘유리’라는 것에 착안했다. 유리화 기술을 통해 폐기물의 부피를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데 안전성을 높이면서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프랑스 등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부피 감소 효과가 더 크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IAEA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처분하느냐가 원자력계의 가장 큰 이슈다. 원전 건설과 운영은 50년 쌓인 노하우가 있지만 앞으로는 방사성폐기물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Q. 원자력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원전의 핵심 기술은 방사선이 새지 않도록 하는 안전 설계, 안전 설비, 안전 운영 등이다. 또한 원전에서는 운전원과 정비원들의 교육 훈련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국민 수용성 확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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