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늘 그려오던 순간", 32년 만에 가족 만난 입양인 오준석 씨

[피플앤피플] “늘 그려오던 순간", 32년 만에 가족 만난 입양인 오준석 씨

2016.08.18. 오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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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늘 그려오던 순간", 32년 만에 가족 만난 입양인 오준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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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빠"
"보고싶었습니다"

32년 만에 두 여동생을 만난 오준석 씨(미국명 매튜 에일리·32)는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난생 처음 친 오빠를 만난 여동생들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10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식당에서 생후 7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오 씨와 가족들의 극적인 상봉이 이루어졌다.

어색함도 잠시, 서로의 사진을 보면서 손을 쓰다듬고 포옹을 하며 시간을 보낸 오 씨와 가족들은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는 데 여념이 없었다.

상봉을 축하한다는 말에 그는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몇 년 동안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다”고 말한다.


[피플앤피플] “늘 그려오던 순간", 32년 만에 가족 만난 입양인 오준석 씨

오준석 씨가 가족을 찾기 전까지 오빠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살아왔던 동생 지윤 씨(가명)도 만남 내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오빠와 얘기를 나눴다.

가족을 만난 다음 날인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YTN뉴스퀘어에서 오 씨를 다시 만났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생후 한 달 만에 입양 기관에 맡겨졌던 오 씨는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공학 석사를 마친 그는 현재 스탠포드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과정 입학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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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찾게 된 계기를 묻자 오 씨는 “친 부모를 원망하기보다 그립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먼저였다”며 “제 인생의 뿌리를 찾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 2013년 한국 동방사회복지회와 미국 현지 입양기관(Children’s Home Society)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족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족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2년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자 오 씨는 경찰청에 가족 찾기 민원을 요청했다. 그를 돕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의 김해경 경무부장(경무관)과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 소속 이건수 수사관(경위. 아래 사진 오른쪽)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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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사관은 미국 월드레코드아카데미로부터 3,742명(가족 찾기 의뢰 당사자 기준)의 헤어진 가족을 상봉시킨 기록을 인정받아 ‘최다 실종가족 찾아주기’로 ‘세계 공식기록 인증서’를 받은 바 있는 베테랑이다. 현재까지 그가 상봉시킨 입양아는 무려 5500명이 넘는다.

가족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데다가 2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생모로 인해 오 씨의 가족 상봉은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마침내 이 수사관의 끈질긴 집념과 그간 쌓아온 노련함으로 오 씨의 여동생들과 극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버지를 계속 찾을 것이냐는 물음에 오 씨는 “아버지만 괜찮다면 꼭 찾을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세계 각국을 상대로 하는 ‘글로벌 사업가’를 꿈꾸고 있다는 오 씨는 지난 16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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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 성장 배경이 사람들을 이해하고 세상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기적을 경험했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인 입양인들에게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간절하게 가족을 찾고 있는 모든 입양인들에게도 저처럼 잊지 못할 감격스러운 일이 생기길 바랍니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강승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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