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탱고를 K-pop처럼 들을 수 있는 그날까지"…레오정·이네스 도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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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오후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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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탱고를 K-pop처럼 들을 수 있는 그날까지"…레오정·이네스 도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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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낭만적인 탱고 공연이 열렸다. 탱고앙상블 ‘레오정 위드 아이레스’가 처음으로 음반을 낸 기념으로 개최한 연주회였다.

단장인 레오정 씨는 한국 최초의 반도네오니스트로서 무용 음악 교과서에도 소개된 바 있다. 탱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편곡을 담당하는 이네스 도희 길 씨를 함께 만나 탱고 음악에 관해 알아본다.

[피플앤피플]"탱고를 K-pop처럼 들을 수 있는 그날까지"…레오정·이네스 도희 길

레오정 씨는 “탱고라고 하면 감상 음악보다는 아직은 춤의 한 장르라고 떠올리는 것 같다”며 “탱고 음악을 K-POP이나 클래식처럼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에 가장 보람을 느껴 이에 주력해왔다”고 말했다.

이네스 도희 길 씨는 숙명여대 음대 시절에 우연히 탱고 음악을 접한 뒤 탱고에 심취해 그해 겨울방학 때 바로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이네스 씨 역시 국내 탱고의 대중화를 최종 목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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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이런 뜻을 모아 한국탱고아카데미를 설립하고 탱고 음악인 양성과 탱고 공연 개최에 힘쓰고 있다.

레오정 위드 아이레스는 올해 초 탱고의 대중화를 위한 오랜 숙원 과제의 하나인 음반을 처음으로 냈다.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사계’와 비발디의 ‘사계’를 편곡한 곡을 대표곡으로 내세워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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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 도희 길 씨는 “직접 작곡한 곡까지 담아낸 음반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사실 아쉬움도 남지만 훌륭한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하고 또 공연하면서 새로운 것을 준비할 힘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레오정 씨는 “얼마 전 권위 있는 아르헨티나의 국제 탱고대회이자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며 “우리 음반을 듣고 초청 메일을 보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보람 있고 특히 함께 애쓴 앙상블 멤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레오정 씨와 이네스 도희 길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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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탱고’하면 사실 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탱고를 간략하게 정의한다면?

레오정: 탱고에서 음악과 춤을 분리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찌든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항구도시 이민자들이 그 격정적인 감정을 춤과 음악으로 분출했던 것이 바로 탱고다. 춤으로써의 탱고가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경향은 있지만 탱고는 춤추기 위한 음악을 바탕으로 또 한편으로는 오로지 귀로 감상하기 위한 음악으로써 많은 발전을 거쳐 왔다. 따라서 ‘탱고’는 하나의 종합 문화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탱고 음악은 아스토르 피아졸라를 기점으로 전후가 구분된다고 들었다. 전통 탱고의 특징과 누에보 탱고 즉, 현대적인 탱고의 특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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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정: ‘전통 탱고’는 ‘춤’을 위한 곡들이다. 때문에 비교적 템포가 규칙적이고, 프레이즈(어떤 자연스런 한 단락의 멜로디 라인(선율선)을 가리키며, 악구 또는 악절 이라고도 한다)간의 호흡이 매우 짧게 표현된 반면, 누에보 탱고는 호흡이나 리듬이 변칙적이며 화성이 다채롭다. 누에보(nuevo)는 새롭다는 뜻의 스페인어인데 아스토르 피아졸라에 의해 특별한 화성과 리듬이 더해져서 ‘누에보 탱고’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Q. 일반인들이 감상하려면 어떤 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나?

이네스 도희 길: 앞서 말했듯이 탱고 음악은 작곡된 시기와 형식에 따라,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그렇다고 반드시 시기별로 나누어서 들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각각의 대표곡들을 한 번씩 들어볼 것을 권한다. 그러고 나서 각자 취향에 맞는 장르부터 감상하면 탱고와 친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탱고를 이해하려면 어떤 곡을 먼저 감상해야 할지 추천해달라.

레오정: 보통 뿌글리에세(Osvaldo Pugliese)의 곡들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뿌글리에세는 탱고 음악 역사상 중요한 연주자이자 작곡가로서 전통과 현대의 탱고를 모두 아우르는 시금석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탱고음악을 많이 들어보는 것이 탱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Q. 첫 음반이 궁금하다.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

레오정: 이번 음반 대표곡인 ‘사계’는 비발디의 ‘사계‘와 탱고 음악가 중 비교적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피아졸라의 ‘사계‘를 하나로 연결시켜 편곡한 곡이다. 탱고와 클래식 두 장르를 접목시켜 각각의 곡을 적절히 배치하고, 비발디 사계를 탱고 형식 변화를 주어서 편곡했다. 탱고 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도 비발디 사계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익숙한 곡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네스 도희 길: 가장 신경 쓴 점은 멤버들 간의 조화로운 연주였다. 각 악기마다 연주해야 할 멜로디나 강약, 리듬 등이 다르다. 어느 한 명이 소리를 강하게 내거나 엇박을 내면 자칫 조화가 흐트러질 수 있고 편곡 의도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연습에 많은 시간을 기울였고 노력했다.

Q.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섞어 편곡했다. 클래식과 탱고의 만남이 이색적이다. 퓨전 음악이라고 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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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 도희 길: 퓨전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탱고 음악이라 생각하고 편곡했지 새로운 장르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비발디의 사계를 기존의 클래식 음악의 표현과는 조금 다르게 탱고 느낌이 나도록 표현하고자 했다.

Q. 기돈 크래머가 이미 ‘8 seasons’라는 타이틀로 피아졸라와 비발디의 음악을 섞어서 편곡한 앨범을 선보인 바 있다. 차이는?

레오정: 기돈 크래머의 앨범은 주 악기가 바이올린이었고, 반도네온은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이번에 낸 사계는 반도네온이 음악을 이끌어 가는데, 이처럼 비발디의 사계를 반도네온으로 연주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따라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아코디언과 비슷하게 생겼다. 반도네온은 어떤 악기인가? ‘악마의 악기’라는 별명도 붙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레오정: 아마 반도네온의 까다로운 운지법을 두고 그런 별명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바람을 넣을 때와 뺄 때, 그리고 오른손과 왼손의 운지가 완전히 다른데다가, 건반이 음계에 맞게 순차 배열된 것이 아니라 처음 접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충분한 연습을 통해 운지법만 익히면 다른 악기들과 비교했을 때 웬만큼 연주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이처럼 반도네온에 대한 어렵다는 편견이 오히려 반도네온의 대중화를 막는 ‘벽’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공연 때마다 “반도네온은 지옥에서 온 악마의 악기가 아니라는 멘트를 던진다. 반도네온 연주자로서 이 악기를 ‘탱고의 꽃’, ‘탱고의 영혼’으로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Q. 탱고 피아노 연주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네스 도희 길: 우선, 정해진 악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간략한 기본 악보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곡을 편곡해내는 것은 모두 연주자의 몫이다. 편곡한 악보로 연주하면서 즉석에서 편곡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클래식 피아노에 비해 터치가 조금 더 거친 편이고, 재즈 피아노 보다는 형식이 갖춰졌으며, 클라이맥스가 있다는 것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Q. 탱고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레오정: 사실 탱고 댄스에 먼저 입문했었다. 탱고 안무가이자 댄서로 활동하던 지난 2004년, 당시 한국에는 없었던 반도네온이라는 악기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이를 공부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국립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나면서 본격적인 탱고 음악의 길을 걷게 됐다.

이네스 도희 길: 대학교 1학년 때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에 매우 심취해 있었다. 클래식 음악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더 많은 음악을 알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그러던 중 빠블로 지글러(Pablo Ziegler)의 음반을 접하게 됐다.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반도네온이 어떤 악기인지도 몰랐지만 탱고라는 장르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Q. 음악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질은 무엇인가?

이네스 도희 길: 연습이다. 그 누구도 연습 없이는 제대로 된 연주를 해낼 수 없다. 머릿속으로 하든지, 악기를 가지고 하든지 상관없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음악과 연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습해야 스스로 변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피플앤피플]"탱고를 K-pop처럼 들을 수 있는 그날까지"…레오정·이네스 도희 길

레오정, 이네스 도희 길: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고 첫 정식 음반도 냈지만 이제 겨우 탱고 대중화를 위한 첫 걸음을 뗀 기분이다. 앞으로 탱고 음악 연주자 양성, 반도네온 제작과 보급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탱고를 공부하는 음악인들이 설 수 있는 공연 무대를 우선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기술로 반도네온 본연의 소리를 재현해내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싶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강승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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