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바른 호흡으로 곡의 감수성을 제대로 전달해야” 피아니스트 이지영 씨

[피플앤피플]“바른 호흡으로 곡의 감수성을 제대로 전달해야” 피아니스트 이지영 씨

2016.07.08.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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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바른 호흡으로 곡의 감수성을 제대로 전달해야” 피아니스트 이지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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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음악은 기록되지 못한 채 영원히 사라져버렸지만 학자들에 의해 고대 문명사회에서도 음악이 존재했음이 규명돼 흥미를 끌고 있다. 원시 부족사회에서도 음악은 신에게 복을 빌고 평안을 구하는 제사 수단의 하나로 존재했다.

오랜 세월 음악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 왔다. 그 중 클래식 음악은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의 연주법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극대화 시킨다. 듣는 이들의 카타르시스도 이처럼 연주자의 곡 해석에 따라 차이가 나게 마련이며, 듣는 이의 감상 수준에 따라서도 물론 격차가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인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이지영 교수는 피아노 연주의 가장 중요한 기본으로 ‘바른 호흡’을 강조한다.

[피플앤피플]“바른 호흡으로 곡의 감수성을 제대로 전달해야” 피아니스트 이지영 씨

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피아노 교수법은 좀 더 완벽하게 실수 없이 연주하도록 하는 테크닉에 치우친 교수법이었다면 이제는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제 감수성을 자극하고 소리의 깊이, 느낌, 청중을 빨려들게 하는 매력적인 감정표현이 더욱 자유로워져야 할 때”라며 “호흡이 바르게 유지돼야 그러한 감정표현들을 청중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교수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연주자이자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 음악 선배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함께 고민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같이 성장한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을 통해 요즘 흘러가는 시대상이랄까, 아이들의 관심분야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역시 매력적이다.


또, 뮤직 톡톡을 진행하면서 얻은 것도 많다. 연주를 통해 무대에 서기도 했지만 방송진행처럼 ‘말’로써 무대에 선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었다. 연주만 해온 나로서는 방송 프로그램 진행이 부담으로 다가와 목소리가 떨리고 말도 잘 안 나왔다. 무대 공포증을 느낀 것이다. 사람들은 개인차는 있지만 거의 누구나 ‘무대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면 무대 공포증을 많이 겪는데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잘 모른다. 특히 무대 앞에 청중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큰데, 평소 연습 때 앞에 청중이 있다고 상상하면서 바른 호흡을 유지하는 일을 익혀야 한다. 나는 방송 진행을 경험하면서 무대공포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배웠고, 그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좀 더 실질적으로 전해줄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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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피아노 연주 지도에 있어 기술 위주의 지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피아노 연주 기술 교수법은 책,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들보다 뛰어나게 또, 실수 없이 연주 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왔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예술인들의 영역이 줄어들었다고, 쉽게 표현하면 밥벌이가 더 어려워졌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봇이 감정을 만지고 창조하는 음악예술인들의 영역까지 침범하지는 못했다. 내 사견으로 먼 미래에까지도 로봇이 침범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큰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Q.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현 입시제도는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한 치의 오차 없이, 실수 없이 연주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지도법 역시 개인의 특성이나 색깔이 있음에도 감수성과 감정표현의 훈련보다 테크닉에 치중돼 오로지 ‘입시’나 ‘오차 없는 연주’라는 획일화된 목표에 맞춰져 있다. 이러한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좀 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나 감정이 연주에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특히 바른 호흡법을 통해 연주자가 몸과 음악이 하나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법을 가르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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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른 호흡’이란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연설을 할 때나 노래를 할 때도 호흡이 중요하지 않은가. 어떤 지점에서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지, 쉬어 가는 지에 따라 전달력이 달라진다. 피아노 연주도 마찬가지다. 흔히 우리가 아는 예로, 호흡이 잘못되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는 잘못된 표현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피아노 선율 역시 어디서 호흡을 끊고, 얼마만큼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지가 연주 전반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악보에 표시되어 있는 대로 연주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테크닉에 치우친 딱딱한 연주가 되어버린다. 그 누구도 ‘아/버/지/가 // 방/에/들/어/가/신/다’라고 읽진 않는다. 악보에 따라 기계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문장을 이처럼 딱딱하게 끊어 읽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가장 자연스러운 호흡법이 나올 수 있도록 봐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이에 중점을 두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 피아노 연주 도중 손목을 한 번씩 들어 올리는 동작이 있다. 이 역시 호흡 방법에 따라 기계적으로 보이거나 연주를 어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냥 기계적으로 손목을 들어 올리는 것은 그저 멋 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비약하면 청중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하는 퍼포먼스로 전락 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교정시켜주는 것이 몸과 음악이 하나가 된 듯 한 연주가 나오는 데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나는 ‘호흡’ 교정에 초점을 맞추고 몸과 마음이 일치하도록 만들기 위한 연주 지도를 하고 있다.


Q. 학생들과 4박 5일 음악 캠프를 진행하게 된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으로 짜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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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연천에서 한국피아노재능기부협회 주최로 4박 5일 동안 진행된다. 김문정 한국피아노재능기부협회 회장, 한가야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 교수 등 우수한 교수진이 뜻을 모아 함께 열게 됐다. 4박 5일 동안 연천 허브빌리지에서 하루 종일 연습과 레슨을 반복하고 저녁엔 연주회를 갖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레슨은 1:1로 이루어지며 매일 저녁 학생들과 교수들이 연주를 펼치게 된다.


Q. 앞으로 피아노 교수 분야의 전망은 어떠한가?

요즘은 악보 상으로 실수 없이 완벽히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참 많은 것 같다. 또, 앞서 말했듯이 워낙 인터넷이나 미디어 기기가 발달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내 집이나 길가 등 언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있어서 청중들의 보고 듣는 수준이 높아졌다. 그런 만큼 청중들이 이제는 실수 없이 완주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마음을 울리는 연주를 하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단순한 테크닉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현 입시제도처럼 모든 음악을 획일화되게 하는 교육이 곧 구시대의 유물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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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피아노연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세종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YTN 사이언스 ‘이지영의 뮤직톡톡’ 진행을 맡았다. 현재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YTN PLUS] 취재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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