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조금 특별한 영화제… “시청각 장애인도 함께 즐겨요”

[피플앤피플] 조금 특별한 영화제… “시청각 장애인도 함께 즐겨요”

2016.05.20. 오후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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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조금 특별한 영화제… “시청각 장애인도 함께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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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 장면을 초 단위로 설명하는 해설을 보니,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아요."

청각 장애인 김 씨는 영화에 빠져있다. 영화에 자막과 해설을 곁들여 설명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화면해설 및 한글자막) 영화’는 시청각 장애를 가진 관객들을 위해 특별 제작됐다.

대사가 없는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음성 해설은 물론, 배경 음악 정보까지 자막으로 알려준다.

안경처럼 눈에 끼면 눈앞에 자막이 나타나는 장애인 전용 ‘스마트 글래스’도 인기다. 문자 통역사가 입력한 내용을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등으로 실시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쉐어 타이핑’을 설치하면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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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청각 장애인들의 영상 감상을 돕는 ‘스마트 기기’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2016 장애인 미디어 축제’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장벽 없는 영화 축제인 만큼 소외계층의 방송시청권 보장과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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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어떤 곳인가?
지난해 설립된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시청자 주권 시대를 실현하는 미디어 교육의 장이다. 또 시청각 장애인에 대한 방송제작을 지원하며 시민 미디어를 위한 네트워크 마당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국민들이 방송 주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현실적인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국에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있기 때문에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방송을 체험할 수 있다.


Q. 올해 11회째인 ‘장애인 미디어 축제’는 어떤 행사인가?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됐다. 주인공인 장애인들이 즐기는 문화 행사이자 축제의 장이다. ‘장애인 미디어 축제’를 줄여서 ‘장미축제’라고 하는데 이는 매년 봄에 아름답게 피는 장미를 연상시킨다.

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 프리 영화’ 뿐 만 아니라 장애인 전용 스마트 미디어 기술 전시, 장애인 예술작품, 미디어 아트 등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이 축제는 원래 2006년부터 10년 간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렸던 지역행사였지만 재단 출범 이후 전국 규모로 준비하고 있다. 서울 행사가 끝나면 강원, 부산, 광주, 대전, 인천 등 전국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순회하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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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목할 만한 체험 행사는?
장애인 미디어와 관련된 모든 기기, 기술 등을 한 자리에 모았다는 게 특징이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문자 중계 서비스인 ‘쉐어 타이핑’,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진동 스피커 쿠션’도 볼 수 있다.

장애인이 직접 제작한 영상 예술 작품, 시청각 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방송콘텐츠, 최근 각광받고 있는 드론, 가상현실(VR)을 비롯한 뉴미디어 기기를 전시한다. 또 장애인들이 신으면 보호자의 연락처와 주소 등이 공개되는 ‘QR신발’도 선보인다. 유아나 치매환자, 지적장애인 등의 안전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만약 이들이 실종됐을 경우 발견자가 자신의 스마트 폰으로 신발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Q. ‘배리어 프리 영화’를 중점적으로 선보인다고 들었다.
영화를 볼 때 시각 장애인은 볼 수가 없고, 청각 장애인은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장애인 전용 앱을 설치해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이는 우리 재단과 사회적 기업이 공동 개발한 ‘스마트폰 기반 배리어 프리 플랫폼’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스마트폰에서 자동으로 어떤 영화인지 인식해 화면해설과 자막을 듣거나 볼 수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 ‘미스와이프’가 이 앱을 통해서 시범 서비스된다.

개막작은 최근 흥행한 한국 영화 ‘동주’이다. 국내외 영화, 그리고 인권 주제를 담은 영화 등 총 7편은 모두 배리어 프리 영화로 구성됐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경험해보기 위해 영화 관람 안대를 쓰고 영화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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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애인들만 참석할 수 있는가?
행사의 취지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공감’이다. 장애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 신기술 공유 등을 위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이모티콘을 통해 배워보는 수화 이모티콘 부스, 실시간 자막 체험 행사, 화면해설 제작 체험 부스 등을 준비했다. 또한 한국광고진흥공사 후원으로 한국광고박물관도 무료 관람할 수 있다.


Q. 지난 축제에 참여한 관람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작년에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미디어 축제는 사흘간 천 여 명이 참여했다. 장애인들은 ‘문화생활에 있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영상물을 감상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도록 이번 축제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Q. 현재 추진 중인 장애인 관련 사업은 무엇인가?
재단은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방송시청권 보장을 위한 사업을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한다. 2000년부터 전체 시청각 장애인용 방송수신기를 13만 여 대 보급했고 시청각 장애인들의 방송시청을 돕기 위해 방송사업자의 장애인방송 (폐쇄자막, 화면해설, 수화통역) 제작을 2006년부터 총 730개 방송사에 지원했다.

그 결과 장애인방송 의무화에 따른 제공 실적 평가에서 2014년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 156개 사업자 중 153개 사업자가 목표를 달성하는 성과가 있었다.

또한 TV시청 이해도가 부족한 발달장애인을 돕기 위해 발달장애인용 방송물을 2014년부터 총 50편을 제작해 매년 전국 특수학교 등에 보급하고 있다. 더불어 6개 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를 통해서 복지관, 관련 장애인 복지시설 등을 직접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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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애인 미디어 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번 축제를 계기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기술이 크게 관심을 받으며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더불어 이런 행사를 계기로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평등한 미디어 환경 구현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실생활에 필요한 미디어 기기를 널리 홍보해 장애인들의 사회적인 활동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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