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음악, 메마른 오지를 적시는 단비가 되다’,김인경 소울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피플앤피플]‘음악, 메마른 오지를 적시는 단비가 되다’,김인경 소울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2016.03.29. 오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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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음악, 메마른 오지를 적시는 단비가 되다’,김인경 소울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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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한 번에 수천 명을 위한 생명수가 터지는데, 어떻게 연주를 멈출 수 있겠어요.”

지난 22일은 유엔(UN)이 물 부족과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었다.

유엔은 최근 “오는 2025년에는 18억 명이 절대 물 부족 지역에서 살 것이며, 인구 3분의 2가 물 부족에 처할 것”이라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지난 20세기가 검은 석유의 ‘블랙골드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자원의 중요성을 일컫는 ‘블루골드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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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프리카는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남극의 빙산을 운반하자는 아이디어가 실제로 검토되고 있으며, 에티오피아의 ‘와카워터’ 사례는 세계적인 관심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8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오염된 식수를 통해 얻은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처럼 깨끗한 식수가 절실한 아프리카에 매년 재능기부를 통해 ‘희망의 우물’을 선물하고 있는 비영리 오케스트라단이 화제다.

[피플앤피플]‘음악, 메마른 오지를 적시는 단비가 되다’,김인경 소울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첼리스트 김인경 음악감독이 이끄는 ‘소울챔버오케스트라’는 1년에 한 번 공연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스와질란드, 우간다 등에 식수시설을 설치한다. 지금까지 5번의 음악회를 통해 아프리카 4개국에 식수 펌프 14개, 식수 프로젝트 1개를 후원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소울챔버오케스트라는 지난 2009년 첫 공연부터 지금까지 월드비전과 함께 후원을 해 왔다. 콘서트 수익금을 받은 월드비전 아프리카 지부는 현지에 식수펌프와 식수대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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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인경 음악감독과 일문일답이다.

Q. ‘희망의 우물 콘서트’ 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몇 년 전, 한비야 씨의 저서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었다. 아프리카 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얼마만큼 절박한 상황인지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생생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죄를 지어서 그 나라에서 태어난 게 아닌데 너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단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바로 월드비전 홈페이지에 “첼리스트로서 재능기부 연주를 통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제안 글을 올렸다.

사실 이전까지는 월드비전에서 연주 형태로 후원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음악을 전공했다는 한 월드비전 직원이 제 글을 보고 음악회 후원 형태를 기획해 줬다.


Q. 다양한 구호 사업 중에 ‘식수 펌프’를 선택한 이유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꼬마들이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물통을 이고 몇 시간씩 걸어서 물을 길어 나르는 실정이다. 이전까진 TV에서나 봤지 실제로는 그런 상황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비야 씨 책에서 보니 그 먼 길을 종일 걸어 물을 떠오면 이미 하루가 끝날 정도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해서 떠 온 물이 설상가상으로 깨끗하지 않다고 한다. 식수가 오염되어 있으니 주민들이 건강할리 있겠는가. 그 부분이 가슴에 가장 와 닿았는데 그 이후로도 뇌리에서 잊혀 지지 않았다.


Q. 식수 펌프 한 대 설치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은?

식수 펌프 1대 설치에는 보통 1만 2,000달러로 우리 돈 약 1500만원이 든다. 또 아프리카에 제대로 된 식수 펌프 하나를 설치하려면 땅을 150m 정도 파야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정말 오지에 펌프를 세우려면, 수맥과 지반상태 확인을 수없이 한 끝에 겨우 하나의 펌프를 설치할 위치를 찾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설치 기간은 그 때 그 때 다르다. 보통 펌프 1대를 설치하면 10년 정도 쓸 수 있다. 이를 3개 마을, 수 천 명이 공유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지난 다섯 번째 음악회부터는 펌프가 아닌 ‘식수대’를 설치했다. 식수대는 말 그대로 수도꼭지를 이용한 것으로, 한 대 설치비용은 훨씬 비싸다. 지난 음악회의 모금액은 7,500만원 정도였고, 이 돈으로 아프리카 니제르 지역에 식수대를 세웠다. 대신 사용기간은 20년이니 식수대가 더 장점이 많다고 본다. 이번 여섯 번째 음악회 모금액으로도 식수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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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라별로 기증 목표가 다른 것 같은데, 나라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월드비전에서 추천해 주는 루트를 따른다. 월드비전에서는 이미 10년 치 정도 미리 짜 놓은 계획이 있다고 하는데 이에 맞춰서 파는 거다.

1회 공연을 마치고는 스와질란드에 펌프 4대, 2회 공연 이후로는 우간다에 3대를 설치했다. 3회 음악회 수익금으로는 스와질란드에 3대를 설치했고, 4회 공연을 마치고는 에티오피아에 3대를 마련해 줬다. 작년에는 니제르에 식수대를 설치해 현재까지 프로젝트를 포함해 15대를 설치했다.


Q. 아프리카 ‘스와질란드’를 직접 방문했다고 들었다.

지난 2012년 방문한 스와질란드는 TV에 나오는 빈민국 모습 그대로였다. 직접 현장을 보고 오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현지에서 동료 몇 명과 함께 현악4중주 공연도 했다. 행복한 경험이었다. 스와질란드에는 사람들이 밀집돼 있어 식수 펌프 설치 효과가 아주 높다고 한다. 작은 일이지만, 십시일반의 정성이 모여 큰 강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해 졌다.

방문 당시 우리의 도움으로 식수펌프가 설치돼 생활환경이 개선된 곳과 도움 못 받아 여전히 생활이 어려운 다른 동네의 실상을 봤다. 같은 스와질란드 내에서도 식수시설에 따른 삶의 질이 극명하게 비교가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후 자선공연을 한 번 더 해서 스와질란드 지역에 펌프를 또 기증했다.


Q. 오는 4월 7일 열리는 ‘희망의 우물 콘서트’는 어떤 음악회인가?

YTN과 월드비전이 공동 주최하는 소울챔버오케스트라의 여섯 번째 음악회다. 내달 7일 오후8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 회 한 회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지만 벌써 6회를 맞는 것이 감개무량하고 감사하다. 이번 음악회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주민들을 위한 것이다. 뜻있는 분들이 좋은 공연을 보면서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이번 공연 주제와 곡 선정기준은?

매 공연의 주제는 ‘The Gift(선물)'이다. 특히 이번에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대중적인 곡들을 선곡했다. 1부는 바이올린 협주곡 등 정통 클래식이고 2부는 ‘감동’을 테마로 했다. 성대 수술을 받는 등 숱한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고 당당히 무대에 서고 있는 성악가 배재철 씨와 월드비전(구 선명회합창단) 어린이 합창단의 순서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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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울챔버오케스트라’를 소개한다면?

처음에는 현악기들만 모인 스트링으로 11명 뿐 이었다. 그러다가 2회 공연에는 관악기가 포함돼 30명 정도가 됐고, 그때부터 실내 관현악단이란 뜻의 ‘챔버오케스트라’라고 불렀다. 사실 예중·예고·음대 선후배와 동기들이 모여 있어 더 재밌다. 우정이 또 다른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제 오케스트라 단원만 약 70명이다. 합창단원이나 게스트, 지휘자를 포함하면 이미 100명이 넘을 정도로 확대됐다. 오는 6회 공연에 함께 하는 소울챔버오케스트라 단원은 악장 박영경 씨 외 62명이다.


Q. 재능기부 형태로 뜻을 모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연주 단원을 모으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저희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중 절반 이상이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참여한 연주자는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또 후원 이후 변화된 아프리카 현지 소식을 접하면서 보람을 느끼니 대부분이 계속 함께 하고 있다.

오는 6회 공연을 제외하고 지금까지는 공연 시기가 대부분 2월이었다. 음악계 비수기가 바로 이때이기 때문이다. 온전히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에 공연을 하고 싶었다.


Q. 전좌석 유료판매라고 들었다.

그렇다. 초대권 배포를 안 하고 모두 유료 판매한다.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하고 싶어 지인들에게도 티켓 예매 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입할 것을 부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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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은?

후원 계획으로는 ‘펌프 100대’ 설치가 목표다. 식수 펌프는 한 번 공연할 때마다 3~4대까지 설치가 가능하니 공연을 그만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그리고 이제 펌프가 아닌 식수대를 설치하게 되면 비용에 따라 한 번에 설치할 수 있는 개수는 줄어들게 되니 더 많이, 부지런히 공연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후배 연주자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우리 세대에서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십 년 이후를 계속 기대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소리를 개인이 혼자 내는 게 아닌 것처럼, 아프리카의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긴요하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월드비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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