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영화 ‘말아톤’ 속 초원이를 웃게 하는 사회”, 김용직 법무법인 KCL 대표

[피플앤피플]“영화 ‘말아톤’ 속 초원이를 웃게 하는 사회”, 김용직 법무법인 KCL 대표

2016.02.15. 오후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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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영화 ‘말아톤’ 속 초원이를 웃게 하는 사회”, 김용직 법무법인 KCL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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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귀하게 대하면 귀해지고 천하게 대하면 천해지는 듯합니다.”

김용직 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는 ‘LIGHT IT UP BLUE (파란등 켜기)’라고 적힌 배지를 보여줬다.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유엔이 매년 4월2일을 ‘세계 자폐인의 날’로 정해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자폐성 장애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희망을 뜻하는 파란색 빛을 점등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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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프랑스 에펠탑과 호주 오페라 하우스, 이집트 피라미드 등 전 세계 약 50개국, 3000여 곳의 명소에서는 일제히 파란 불을 켠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N타워, 인천대교 등에서 푸른빛을 밝힌다.

김 변호사는 세 살이 될 때쯤 아들의 자폐성 장애를 알게 됐다고 한다. 그가 막 초임 판사로 활동하던 시기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아들을 일반 학교에 보내 평범하게 공부시키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사회적 편견의 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장벽을 실감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지적·자폐성 장애를 가리키는 ‘발달장애인’은 현재 20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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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판사 재직 시절, 사회복지법인을 만드는 데 동참했다. 하지만 보다 자유롭게 복지 관련 일을 하기 위해 2001년 법원 부장판사를 그만뒀다. 이후 법무법인 KCL을 개업했고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설립을 주도해 10여 년째 이끌고 있다.

또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와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이사, 소화장학재단 상임이사 등을 맡는 등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아들 때문에 시작한 일이냐고 물으니 “발달장애가 가장 어려운 장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경을 더 쓰는 것이지,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하는 활동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변호사는 “영화 말아톤 속 초원이와 같은 발달장애인들은 인지나 의사소통에 제약이 많아 다른 장애인보다 어려움이 크다”며 “대부분 선천성 장애이기 때문에 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시행된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 제정에 기여한 공로로 ‘법조언론인클럽 올해의 법조인상’을 받았다. 발달장애인법은 특정 장애 영역만을 위한 최초의 입법이라는 평을 받았다.

김 변호사는 “낙인 효과가 있는 ‘자폐성 장애’라는 이름을 합당하게 바꾸는 작업을 위한 첫 단추를 이제 막 채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피플앤피플]“영화 ‘말아톤’ 속 초원이를 웃게 하는 사회”, 김용직 법무법인 KCL 대표

다음은 김용직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Q. ‘올해의 법조인상’ 수상에서 어떤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하는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한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법관으로 재직하거나 변호사 개업을 한 30여 년의 법조 생활 가운데 늘 ‘어렵고 소외된 이들을 중시하자’는 가치관을 지키고자 노력했는데 이를 좋게 봐 주신 것 같다.


Q. 발달장애인법이 기존 장애인복지법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에게 교육과 재활, 후견인 지원 등 종합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이다.

발달장애인의 특수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기존 장애 관련법이 있으니 특별조항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신체적인 장애를 위주로 한 법이다. 지적인 문제가 있는 자폐성 장애를 비롯한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자폐성 장애인보다는 덜 하지만 역시 의사능력이 원활하지 못한 지적장애인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두 장애를 포괄하는 ‘발달장애인’으로 범위를 넓혀 사랑협회 등 관련 단체 4개가 합심해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를 만들었고, 결국 법 제정을 이뤄냈다.

앞으로 발달장애인들의 교육과 취업 등 생애주기에 걸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또한 자해나 타해 등 행동문제 치료를 지원하는 행동발달증진센터도 설립된다. 이와 함께 범죄로부터 발달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과 공공후견인제도를 위한 법인을 지정해 후견인 후보자를 교육하고 지원하기로 하는 등 법적인 제도장치가 추가됐다.


Q. ‘발달장애’란 무엇인가?

발달장애는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인 18만여 명, 자폐성장애인 2만여 명으로 총 20만여 명에 이른다.

특히 자폐는 장애의 정도나 증상이 천차만별이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도 부른다. 지적 장애와 달리 단체 교육이 불가능해 일대일로 맞춤형 교육과 보호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제대로 돌보려면 비용과 시간, 노력을 훨씬 많이 해야만 한다.


Q.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세운 계기는?

영화 ‘말아톤’을 보고 국민들의 자폐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뜻있는 분들과 함께 자폐성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한 협회를 설립했다. 1년 반의 준비기간을 거쳤는데, 협회는 전국 6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자폐인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과 역량강화 프로그램, 상담사업 등 직접서비스 지원사업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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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 국민들이 갖고 있는 장애인 인식도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다.

장애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협회가 발달장애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탁관리위원회를 발족한 것도 성년후견인제도만으로는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중증 장애인을 위한 고용 촉진 정책, 조기 개입을 위한 자폐성 장애 전문 치료 프로그램 도입도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회 전반의 관심이다. 우리는 너무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며 살지 않나 싶다. 모두가 경제 불황 등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보듬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진정한 사랑을 실천해야 할 때이다.


Q. 장애인들의 가족 역시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대상이다.

자폐인 아이를 둔 부모들은 늘 ‘아이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나를 포함해 이런 부모들이 자식을 자립시키고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밑돌을 놓고 싶었다. 협회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도 자폐성 장애를 돌보는 게 사랑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법 내용 가운데 발달장애인 보호자들에게 전문적인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시적인 휴식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있다. 특히 복지부는 발달장애인 가족 지원에 5억 원보다 2배 많은 1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책정했다.


Q. 소화장학재단을 통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작은 꽃’이라는 뜻의 ‘소화(小花)’ 장학재단은 작은 밀알이 싹터 열매를 맺듯, 어려운 학생들이 사회로 크게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사회복지과와 특수교육학과 학생, 해양대 학생 등 50여 명에게 1인당 연간 400만원 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해당 학교 교수들이 학생 1~2명을 직접 추천하는 방식이다.

매년 1월 말까지 해당자 명단을 확정하고, 참여한 교수들을 모시고 2월 중 장학증서 수여식을 거행한다. 고마움을 전하는 학생들과 보호자, 교수님들의 감사 편지를 받을 때면 더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지적장애인의 빈곤과 사회적 소외라는 악순환이 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은 사명감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공익적인 일을 자꾸 하다 보니 점점 늘어났고 안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돼서 필연적으로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 제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 도 단위에 발달장애인 지원센터를 만들어 예산도 잘 지원하고 집행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일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 할 계획이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사진 정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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