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2016.01.28.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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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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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과정에서 기존 국민생활체육회에서 정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던 낚시가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의 ‘낚시는 체육인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경기력 발전성 및 정회원 단체로 인정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준회원 단체로 강등되었다.

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지난해 12월 14일에 열렸던 제12차 회의에서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원회는 회원종목단체들에 대해 종목 경쟁성과 저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등급 분류를 확정하면서, 기존 국민생활체육회에서 정회원 자격을 유지하던 낚시, 합기도 등 6개 종목을 준회원으로 강등하고, 이에 반해 인정 단체였던 바둑, 요트 등 3개 종목을 정회원으로 승격시켰다.

단체 분류 등급은 정회원-준회원-인정-등록 등 총 4단계로 각 단계별로 권리와 의무를 차등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등급 분류 기준인 올림픽 비종목인 경우 시도 종목 단체수 12개와 시군구 종목단체가 전체 시군구의 2/3 등 모든 구성 요건을 충족했지만 결정적으로 ‘낚시가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이유에서 준회원으로 강등된 것이다.

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이 결정에 낚시단체는 수긍하기 힘들다며 지난 1월 18일 통합준비위원회에 낚시는 이미 세계적으로 스포츠로 등록된 종목이며 정회원 자격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담은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재심사를 요청했다.

국민생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낚시는 스포츠가 갖추어야할 요건들을 완벽하게 갖춘 종목으로 특히 스포츠피싱은 경쟁적인 낚시활동을 통해 심신의 발달과 여가선용에 기여하는 훌륭한 신체활동이다”라며 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반박했다.

실제 국민체육진흥법 제2조 1항에서 “체육이란 운동경기, 야외운동 등 신체활동을 통하여 건전한 신체와 정신을 기르고 여가를 선용하는 것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낚시는 엄연히 스포츠라 할 수 있다.

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비록 취미로 즐기는 여가낚시(leisure fishing)를 스포츠라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전문 프로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피싱(sport fishing)은 누가 봐도 스포츠임에는 분명하다.

이미 국내에서는 한국프로낚시연맹, 한국기조연맹, 로얄경기연맹, 제로FG, 한국민물프로낚시연맹, 한국스포츠피싱협회, 한국배스프로협회, 한국루어낚시협회 등 수많은 경기낚시단체에 선수들이 프로로 가입해 정기적으로 토너먼트 대회를 치러 성적을 매기고 랭킹을 정하고 있다.

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포츠피싱은 이미 올림픽·비올림픽 종목의 세계적인 국제스포츠연맹들을 모두 아우르는 상위 조직인 스포츠어코드(SportAccord, 구 국제스포츠연맹기구)에 2005년 국제스포츠피싱연합(CIPS,1952년 설립)에 의해 엄연히 스포츠로 등록되어 있다.

또한 2001년 세계스포츠낚시연합(회장 윤태근,WSFF)이 주최하는 제1회 낚시월드컵이 35개국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 오도열도에 최초로 열렸고 올해 6회째를 맞아 러시아에서 67개국 5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현재 전 세계 스포츠피싱 부문의 대표적인 장르인 배스낚시는 미국을 종주국으로 일본 그리고 한국으로 전파되었고, 최근 중국에서는 국가적 스포츠로 급성장하고 있다.

스포츠피싱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해마다 U.S. Open, BASS마스터클래식, FLW챔피언십 등 세계 3대 배스토너먼트가 열리며 EPSN 등 각종 매체에서 대회를 생중계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또한 중국에서는 매년 ‘중국야외배스대회(China Outdoor Bass Hunting Grand Prix,COB)'가 열리는데 국내업체인 엔에스가 공식후원하며 중국 호남방송이 주관하는 중국 최대 규모의 배스낚시 대회로 결승전 장면은 순간 시청자 수가 2천만 명을 웃돌 정도다.

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이처럼 이미 스포츠피싱은 전 세계적으로 말 그대로 정식 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이럼에도 낚시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정회원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은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원회의 낚시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과 이해가 낮거나 아예 없어서 일 것이다.

오히려 낚시가 애초 대한체육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통합체육회에서는 준회원으로 강등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솔직한 답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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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는 통합준비위가 통합 초기 국민생활체육회 정회원 단체는 그대로 정회원으로 유지한다는 기본 원칙에도 한참 어긋나 있는 것이다.

통합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재심사와 관련해 별다른 진행사항은 없는 상태로, 통합체육회 설립 후 2년이 되는 시점에 다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해 사실상 재론의 여지가 없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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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둑의 경우 현재 대한체육회에서는 정가맹 단체지만 국민생활체육회에서는 인정단체에 불과했던 것이 이번 통합으로 바로 정회원 단체로 승격되었다.

관계자들은 바둑이 이미 대한체육회에 정가맹 단체이기 때문에 통합체육회에서도 정회원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뭔가 꺼림칙하다.

사실도 바둑도 스포츠 종목 인정여부를 놓고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2002년 처음으로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로 가입했고, 2006년에는 준가맹 단체, 2009년에는 정가맹 단체로 단계적으로 승격되었고 결국 바둑을 정식 스포츠로 인정한 것이다.

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산악은 이보다 훨씬 앞선 1999년에 이미 대한체육회에 정가맹 단체로 등록되었고, 등산은 국민생활체육회에 2004년 정회원 종목이 되었다.

그렇다면 바둑과 산악(등산)은 스포츠고 낚시는 스포츠가 아닌 기준은 무엇인가?

바둑이나 산악(등산)도 전문 프로 기사나 산악가(등산인)이 존재하지만 대다수는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동호인이고 극히 일부만 엘리트 과정을 거쳐 국가대표급으로 선발된다.

체육단체 통합준비위, ‘낚시는 스포츠 아니다’며 기존 정회원 자격 박탈

낚시도 마찬가지로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는 스포츠피싱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대다수가 즐기는 낚시가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스포츠피싱을 포함한 모든 낚시가 스포츠가 아니라는 논리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낚시로도 얼마든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국민생활 체육을 넘어서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엘리트 체육이 될 수 있는 좋은 스포츠 종목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제공=대한민국 NO.1 낚시채널 FTV(김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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