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포항 지진 1년..."집에는 언제 갈까?"

[중점] 포항 지진 1년..."집에는 언제 갈까?"

2018.11.14. 오전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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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꼭 1년 전, 지진 피해를 본 포항 주민 가운데 2천여 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돌아갈 집이 아직 없거나,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 주민들입니다.

다가올 겨울을 또 한데서 견뎌야 한다는 생각에 주민들은 막막할 따름입니다.

허성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포항시 흥해읍 체육관.

이곳에는 아직도 1년 전 설치한 분홍 텐트가 그대로입니다.

날이 추워져 냉골 바닥인데도 이재민 100여 명은 체육관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지난해 지진 때 집이 '덜' 부서진 가구들입니다.

집이 크게 파손돼 '이주 판정'을 받은 주민들은 짐을 옮겼지만 '위험 등급'을 받은 가구들은 집을 고친 뒤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갈라진 벽을 보면 두려움이 앞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합니다.

[체육관 거주 이재민 : (수리) 견적이 2천만 원 나왔습니다. 그래서 못 고치고…. 지금 팔아도 2천만 원 못 받거든요. 집만 부서지지 않았으면 된장에 밥만 먹어도 좋은데….]

새집을 짓는 동안 임시 주거지인 '희망 보금자리'에 사는 이재민이라고 사정이 딱히 나은 것도 아닙니다.

30㎡ 정도로 좁은 컨테이너 집은 급하게 지은 탓에 창틀이 뒤틀려 바람이 새고 틈으로 햇빛이 들어올 정도입니다.

[희망 보금자리 거주 이재민 : 집이 컨테이너 자체가 뒤로 기울었어요. 그러다 보니 문틀도 돌아가면서 실리콘이 벌어지거든요. 답도 없고,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할지….]

진앙과 가장 가까운 흥해 주변은 '특별 도시 재생 지역'으로 지정돼 복구 계획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포항시는 공동주택 6곳의 땅을 사들여 임대주택과 공공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3년 뒤면 새 삶 터가 마련됩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복구가 마무리되기 전에 길에 나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최호연 / 전파 주택 주민 : 이재민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주민들의 이주 기간 확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 지금 1년이 다 돼가는데 이재민들한테는 실질적으로 이주 기간이 1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정부는 복구 비용을 올리긴 했지만 지진 피해 주민에게 소급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법안도 여러 개 발의됐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진이 덮친 지 꼬박 1년.

피해 지역 주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식어가는 관심과 지원이 두렵습니다.

YTN 허성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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