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귀 잡아 들어 올린 교사 무혐의..."학대 아닌 훈육"

[취재N팩트] 귀 잡아 들어 올린 교사 무혐의..."학대 아닌 훈육"

2018.08.21. 오후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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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이의 귀를 잡고 공중에 번쩍 들어 올린다면, 부모 입장에선 어떨까요?

최근 광주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서 경찰이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을 수사했는데요.

경찰이 해당 보육교사를 무혐의 처분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나현호 기자!

YTN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샀는데, 우선 어떤 사건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YTN이 확보한 어린이집 교실 내부 CCTV를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여느 어린이집과 다를 바 없는 수업 시간인데요.

보육교사가 한 남자 어린이를 향해 다가섭니다.

갑자기 양쪽 귀를 두 손으로 잡아 번쩍 들더니, 다리가 공중에 뜬 채로 몇 발자국을 걸어갑니다.

교사가 밖으로 나간 뒤에도 계속 아팠는지, 아이는 양손으로 귀를 감쌉니다.

혼자 노는 아이 머리를 거칠게 잡아채는 모습도 CCTV에 잡혔습니다.

아이가 "선생님이 무서워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해서 부모가 CCTV를 확인해본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시작됐는데요.

그런데 경찰은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또 보육교사를 재판에 넘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앵커]
아이 양쪽 귀를 잡고 번쩍 들어서 걷기까지 했는데, 결국 경찰은 학대가 아니라고 본 거네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애초에는 경찰도 학대로 가닥을 잡고 수사했습니다.

초기 수사 때 경찰은 "신체적 접촉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이유라도 정상적인 훈육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 입장을 180도 바꿨습니다.

귀를 잡아당긴 건 맞지만, 아이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교정하기 위한 훈육 의도였다고 본 겁니다.

경찰은 처음에 학대를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아이를 4명으로 보고 수사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달 동안 CCTV를 확인한 결과 피해 부모가 그 정도는 괜찮다고 인정했다"는 게 무혐의가 나온 이유입니다.

또 한 부모가 아이를 강하게 훈육해달라고 사전에 부탁한 점도 고려됐습니다.

[앵커]
해당 보육교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서 피해 아동 부모는 어떤 반응인가요?

[기자]
피해 아동 어머니는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입니다.

아이 귀를 잡아서 들어 올리기까지 한 것을 훈육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정작 6살 아이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심리 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피해 아동의 부모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소장 낸 피해 부모 : 아이 자체가 아픔을 느끼고 저한테는 또 선생님이 경찰서 아저씨가 잡아가서 수갑 채워서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이게 어떻게 학대가 아닌 거냐고요?]

[앵커]
보통 어린이 학대 사건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조사에 참여하는데,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학대로 보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아동의 안전이 위협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대"라는 겁니다.

피해 아동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심리 치료를 받는 상황입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도 이 사건이 최소한 정서적 학대에 포함된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다치지 않았더라도 보육교사의 행동으로 아이가 충분히 겁을 먹을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검찰은 사건을 지난 13일부터 넘겨받아서 수사하고 있습니다.

여성아동조사부에 사건을 배당했고요.

경찰이 보낸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육교사의 행동이 학대냐, 아니면 훈육이냐를 두고 논란이 커진 상황인데요.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큽니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YTN 나현호[nhh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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