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공고에 청탁 편지..."썼지만 보내진 않았다?"

맞춤형 공고에 청탁 편지..."썼지만 보내진 않았다?"

2018.07.04. 오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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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권성동 의원의 혐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신의 전 비서관을 채용하도록 강원랜드에 압력을 행사했느냐 여부입니다.

그런데 권 의원 수사와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재판에서 이와 관련한 여러 정황 진술이 나왔습니다.

지 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권성동 의원의 5급 비서관이었던 46살 김 모 씨는 지난 2013년 말, 강원랜드 과장급 경력직인 워터파크 수질 환경 전문가로 공개 채용됐습니다.

환경 분야 전문가 모집이라 지원 자격이 애초에 안 됐지만, 김 비서관의 안전 분야 경력을 고려해 강원랜드는 공고 내용을 수정했고, 이후 김 비서관은 지원자 33명 가운데 학력과 경력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 유일하게 채용된 후 수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동안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당시 채용 상황은 이렇습니다.

김 비서관은 채용 공고 보름 전 당시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의 집무실을 찾아갑니다.

"신축 예정인 워터파크에서 일하고 싶다"며 직접 이력서를 건넸고, 직원 채용을 총괄하는 인사팀장과 점심을 먹습니다.

강원랜드는 사장 지시하에 당시 기획조정실장이 김 비서관의 경력직 채용을 주도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 비서관이 직접 쓴 채용 청탁 편지도 법정에서 공개됐습니다.

검찰이 압수한 편지에는 "비서관 시절 전부터 강원랜드에 서너 차례 지원했지만, 서류심사에서 모두 탈락했다." "비서관 시절 내내 주말도 없이 힘들었다. 가족이 아프다"는 내용과 함께 강원랜드에 공채로 취업하게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강원랜드 인사팀 직원 역시 윗선으로부터 김 비서관의 채용을 수차례 강요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비서관은 YTN과의 통화에서 청탁 편지를 쓴 건 맞지만, 편지를 권 의원 측에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모 씨 / 권성동 의원 전 비서관 : (편지를 권 의원실이나 권 의원님한테 보낸 건 아니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어디에 보내신 거예요? 이 편지는?) 내가 쓴 거예요. 그냥. 썼다가 지웠습니다.]

이력서를 미리 건네자 공기업 공채 기준이 하루아침에 바뀌고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이 채용됐습니다.

해당 비서관은 장문의 청탁 편지를 썼지만 정작 의원실에는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데, 앞으로 있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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