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추행 고발 후...더 끔찍한 2차 피해

직장 내 성추행 고발 후...더 끔찍한 2차 피해

2018.06.25.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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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대 여직원이 직장 상사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반년 넘게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후 가해자들과 다시 마주칠 것도 두려웠지만, 성추행을 즐긴 것 아니냐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여직원을 더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영월의료원 직원인 김 모 씨는 벌써 반년 넘게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사적인 문자메시지와 회식자리에서의 불필요한 신체접촉.

지난해 말 용기를 내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상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상담 사실은 곧 가해자에게 전해졌고 병원 내부에서 온갖 소문과 험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내부 성폭력신고 절차에 불신을 느끼고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지만, 잘못된 소문은 병원 전체에 퍼진 뒤였습니다.

[피해자 김 모 씨 : 고민을 많이 했고 뒤늦게 고소를 한 건데 즉시 신고하지 않았던 부분은 본인도 추행을 즐겼던 것 아니냐 이런 얘기까지 하는 직원도 있었거든요. 굉장히 상처가 많이 됐습니다.]

병원 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신고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한 겁니다.

지난 3월 성추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가해 직원 세 사람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렸지만, 정직 2개월, 그리고 일부 직원의 강등 조치로 끝났습니다.

[강원도 영월의료원 관계자 : (가해자들의) 부서를 옮겨봐야 한 단계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이해를 해주셔야 해요. 공무원처럼 멀리 차라리 읍에서 면으로 옮기거나 하면 좋은데,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걱정이 됩니다.]

피해자는 강제추행과 명예훼손으로 법적 절차를 밟고 있고, 사건 이후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터에서 다시 가해자들을 마주칠 생각에 복귀는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피해자 김 모 씨 : 돌아가려고 용기를 낸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제 상급자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고 그렇게 됐을 때 저한테 상당한 불이익이 돌아올 게 예상이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성폭력신고 뒤 발생하는 2차 피해.

직장 내 성폭력 상담을 한 10명 가운데 7명이 자진해 회사를 떠났다는 통계가 2차 피해의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YTN 홍성욱[hsw050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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