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외상 술값 10만 원 때문에' 방화...33명 사상

[취재N팩트] '외상 술값 10만 원 때문에' 방화...33명 사상

2018.06.18. 오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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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젯밤 전북 군산에 있는 한 주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1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3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습니다.

경찰이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50대 남성을 붙잡아 조사했는데, 이 남성은 외상 술값 10만 원 때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백종규 기자!

참사 수준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먼저 불이 난 상황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전북 군산시 장미동에 있는 한 단층 건물 주점에 불이 난 건 어젯밤 9시 50분쯤입니다.

인근 주민이 누군가 주점 입구에 무엇인가를 뿌리고 라이터로 일부러 불을 낸 것 같다고 소방당국에 신고하면서 소방 인력 140여 명이 출동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출동했을 당시 불길은 이미 주점에 모두 퍼진 상태였고, 생존자들이 주점 뒤쪽에 있는 비상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방당국은 서둘러 불을 끄기 시작했는데, 한 시간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조작업도 함께 진행됐는데요.

목격자들은 생존자 십여 명이 무대와 비상문 쪽에 쓰러져 있었고 소방인력이 서둘러 사람들을 밖으로 꺼내 심폐소생술을 하고 시민들도 구조작업을 도왔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앵커]
당시 상황이 급박했던 것 같은데요,

사상자가 30명 넘게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주점으로 들어가는 입구 즉 출입문에서 불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신고자도 누군가 주점 입구에 불을 질렀다고 신고했는데요.

불길이 입구에서부터 바닥에 깔린 카펫을 타고 치솟으면서 안에 있던 사람들이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한 겁니다.

불은 점점 소파와 집기류 등에 번졌고 불길과 함께 연기가 주점 안을 가득 메우면서 대피가 늦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주점은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도 아니어서 불이 났을 당시 소화기 3개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이 나자 주점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가게 비상문을 통해 가까스로 탈출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3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는 무대와 비상문 인근에서 모두 발견됐습니다.

부상자 가운데 6명은 중상자라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큽니다.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이 불로 주점 내부 280㎡가 불에 타 소방서 추산 5,5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번 화재는 방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방화 혐의 피의자가 오늘 새벽 붙잡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방화 용의자는 55살 이 모 씨입니다.

경찰은 화재 직후 수상한 행적을 보인 이 씨를 방화 용의자로 지목하고 위치를 추적했습니다.

당시 이 씨는 화재 직후 달아났다가 500m 떨어진 지인 집에 숨어 있었는데, 자신이 불을 질렀다고 털어놨고 지인이 신고해 새벽 1시 반쯤 긴급체포됐습니다.

체포 당시 이 씨는 손과 배 부위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방화 혐의를 인정했고, 인화성 물질인 휘발유를 주점 입구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게 맞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 등과 함께 오늘 오전 10시 반부터 현장 감식을 벌였습니다.

감식 결과 이 씨가 주점 입구에서 휘발유를 뿌린 뒤 화장지를 신문지로 감싸서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바닥에 던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경찰 조사에서 이 씨가 불을 지른 이유에 대해 진술했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좀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씨는 불을 지른 이유에 대해 외상 술값 때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동안 주점 외상값이 10만 원인데, 주인이 20만 원을 요구해 다툼을 벌인 뒤 화가 나 불을 질렀다고 말한 겁니다.

이 씨는 다툼이 일어난 뒤 휘발유를 준비해 라이터로 주점 입구에 불을 질렀다고도 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씨와 주점 주인은 평소에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씨는 1차 조사만 받고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인데요.

불이 난 당시 몸에 2도 화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어제 새벽 이 씨를 1차 조사했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 치료한 뒤 상태가 나아지면 2차 조사를 벌여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또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앵커]
이 씨가 경찰서에서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한 것이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씨는 1차 조사를 마친 뒤 경찰서에서 나와 병원으로 가는 과정에서 불을 지른 게 맞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또 미리 인화성 물질을 준비했냐는 질문과 범행을 미리 계획한 거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대답해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북 군산에서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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