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일등' 전주종합경기장 어디로 가나

'빈자일등' 전주종합경기장 어디로 가나

2018.06.17. 오전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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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빈자일등'이라는 말이 있죠.

가난한 사람들이 바친 정성이 소중하다는 뜻의 한자성어인데요.

전라북도 전주에는 가난하던 1960년대에 도민들이 돈을 모아 지은 종합경기장이 있는데, 이 터가 이제 도심의 노른자위 땅이 돼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송태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흙바닥에서 뛰는 선수들과 중절모 쓴 할아버지 관중.

1963년 10월, 제44회 전국체전의 풍경입니다.

서울에서만 열리던 전국체전을 유치한 지방 도시는 해방 이후 전주가 네 번째였습니다.

변변한 경기장이 없어 도민들의 성금을 모아 지었습니다.

[김산 / 전북대 체육교육과 강사 : 분뇨 수거인들의 510원이 첫 모금액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켠 하나의 등불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진짜 형편이 넉넉지 않은 분들이 낸 돈으로 시작했다는 거죠.]

도민들이 모은 돈이 3천5백만 원, 여기에 지역 기업이 3천만 원을 내놓으면서 총 공사비 8천백만 원의 80% 이상을 민간에서 조달했습니다.

[손환 / 중앙대 체육교육과 교수 :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주만 그래서 굉장히 좀 특이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은 전주종합경기장은 도시가 확장되면서 시내 복판의 노른자위 땅이 됐습니다.

지금도 사회체육 시설로 쓰이고 있지만 활용도는 낮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이곳에 전문전시시설과 대형숙박시설을 짓자는 논의가 200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체육계와 문화계는 이 장소가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공간유산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함한희 / 전북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그것을 만들었을 때 전주 시민들의 성원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전주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이 안에 담겨 있고, 그리고 60년의 스포츠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종합경기장 활용문제는 시민공원으로 재창조해야 한다는 측과 민자유치로 개발해야 한다는 측이 맞서면서 지방선거의 단골 쟁점이 돼왔습니다.

민자유치를 추진했던 송하진 도지사와 시민공원을 주장하는 김승수 전주시장이 나란히 재선에 성공하면서 종합경기장 활용방안이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YTN 송태엽[tay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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