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 태양광 난개발에 멍드는 농촌 마을

[현장24] 태양광 난개발에 멍드는 농촌 마을

2018.04.19. 오전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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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인 '에너지 비전 3020'(삼공이공)은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이 목표 때문인지 요즘 태양광 발전에 대한 규제의 벽이 낮아지고, 금융기관의 비정상적인 투자마저 용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농촌에서는 개발업자와 주민들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송태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작고한 최명희 작가의 고향이자, 소설의 무대인 '혼불 마을'은 지난해 말부터 개발업자와 전쟁 중입니다.

외지인 14명이 마을 위쪽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개발업자는 1.4 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허가받으면서 규제를 피하기 위해 100 킬로와트 단위로 필지를 쪼개는 전형적인 편법을 썼습니다.

[박성진 / 전북 남원 '혼불 마을' 주민 : 자연과 어울려져 있는 문학관에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그런 태양광이 들어와서 마을과 융합이 될 수 있느냐, 수질오염이라든지 그다음에 토사문제….]

100 킬로와트 규모 발전소에 2억 원을 투자하면 월 2백만 원을 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농촌 곳곳이 검은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고 있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돈 놀릴 곳을 찾는 금융회사들이 뛰어들면서 땅만 있으면 설치비의 90%는 대출로, 나머지 10%는 개발업자가 부담하는 불로소득형 투자까지 성행합니다.

태양광 열풍은 땅값이 싼 전라북도에서 특히 심한데, 지난해 말 현재 전북의 태양광 발전 허가 건수는 만7천831건으로 전국의 34%를 차지했습니다.

[박성례 / 지속가능발전센터 전북지부 : 전남 쪽에서 이미 다 붐이 일고 나서 그다음 조금 저렴한 전북 쪽으로 오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신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로 대규모로 되는 건 환경파괴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들을 동반하고 있거든요.]

에너지자립 시범마을인 이 마을은 다른 방법으로 태양광 발전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에너지 절약 교육을 받은 뒤 각 가정이 전기소모량에 맞춰 1 킬로와트에서 3 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임인규 / 전북 완주군 종암마을 이장 : 월 한 7~8만 원 내던 돈이 천 단위로 떨어져서 우리가 굉장히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지자체 지원을 받은 대신 각 가정이 돈을 모아 마을 공용의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었습니다.

15 킬로와트 규모라 월 수익은 30만 원 정도밖에 안 되지만 마을을 위해 쓸 수 있는 소중한 기금이 쌓이고 있습니다.

탈원전을 앞당기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농촌에서는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장남정 /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 무조건 민간사업자에 의한 것보다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서 그것을 활성화 시키는 게 실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고….]

주민 갈등을 부르는 농지나 산지의 태양광 발전소를 규제하되 특정 지역에 대규모 에너지 단지를 조성해 투자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YTN 송태엽[tay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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