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올림픽 때 방빼" 쫓겨나는 세입자들

[취재N팩트] "올림픽 때 방빼" 쫓겨나는 세입자들

2018.01.18.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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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창 동계올림픽이 22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올림픽 특수'를 노리는 일부 업자들 때문에 축제 분위기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올림픽 개최도시의 숙박요금과 음식값 바가지 논란에 이어 이번엔 일부 임대업자들이 올림픽 기간 임대 장사를 하기 위해 기존 세입자들을 쫓아내는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좀 더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송세혁 기자!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임대업자들이 세입자들에게 방을 빼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취재진이 만난 직장인 22살 김 모 씨는 1년여 전부터 강릉역 부근 원룸에서 살고 있었는데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월세 계약은 오는 4월까지인데 당장 방을 빼달라, 그렇지않으면 월세를 3배 가까이 올려받겠다는 겁니다.

올림픽 기간 관람객 등을 상대로 임대하면 월세를 더 높은 가격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결국, 쫓겨나다시피 원룸에서 나온 김 씨는 방을 구하지 못해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김 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김 모 씨 / 피해 세입자 : 곧 있으면 올림픽 시작이니까 나가 줬으면 좋겠다고 다른 좋은 사람들에게 월세를 올려서 받을 생각이라고….]

[앵커]
문제는 이런 피해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앞서 인터뷰한 직장인 김 씨의 친구도 집주인에게 같은 강요를 받아 집을 옮겨야 했습니다.

빙상경기장과 가까운 강릉 대학가 부근 원룸은 사정이 더 심각합니다.

방학이라서 평소 같으면 원룸이 대부분 비어 있을 시기지만 때아닌 방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집주인들이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인데도 대학생들에게 방을 빼달라고 하거나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학생들이 방학에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남아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등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강릉 모 대학 총학생회에서 조사한 결과 비슷한 피해를 겪은 학생만 40명에 달했습니다.

[앵커]
임대업자들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올림픽 기간 관람객 등을 상대로 임대하려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간단히 말해서 올림픽 특수로 임대료를 더 비싸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강릉 올림픽 선수촌 부근 대학가 원룸 월세는 30만 원 안팎인데요.

최근 부동산 시세를 보면 올림픽 기간 관람객에게 방을 빌려주면 하루 평균 최소 1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올림픽 기간 단 두 달만 임대해도 평소 1년 치 월세의 두 배 가까이 벌 수 있는 셈입니다.

임대업자들로서는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보니 기존 세입자들을 무리하게 내보내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세입자를 강제로 내보내는 건 법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기자]
피해를 본 원룸 세입자들은 1∼2년 단위로 계약을 했는데요.

이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방을 빼라고 하는 것은 계약 위반에 해당합니다.

또 설사 기간을 정하지 않았어도 임대차보호법 상 임차인은 최대 2년까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을 몰라서 피해를 보거나 법적 다툼 등 복잡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피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일부 임대업자들은 이사비용이나 웃돈을 얹어 남은 월세를 돌려주면서 반발을 무마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임대업자들이 이렇게 올림픽 관람객을 상대로 단기 임대를 하는 건 불법 숙박영업은 아닌가요?

[기자]
이 부분은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임대업이냐 숙박업이냐를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는 방 청소와 침구류 교체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여부입니다.

따라서 임대업자들이 올림픽 관람객을 상대로 며칠씩 단기 임대를 한다고 해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숙박영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강릉시의 설명입니다.

강릉시는 불법 숙박영업 단속을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이유로 세입자를 내쫓고 사실상 올림픽 숙박업을 하는 임대업자들을 단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올림픽 특수를 노린 일부 임대업자들의 횡포로 애꿎은 세입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습니다.

[앵커]
이 보도가 나가면 대부분인 선의의 임대업자들도 행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운데요.

이런 점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려는 의지는 보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송세혁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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