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재단 벌주려다 장애 학생들만 피해

비리재단 벌주려다 장애 학생들만 피해

2018.01.17. 오전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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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리를 저지른 사학재단은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죠.

하지만 그 부담을 장애학생들이 져야 한다면 어떨까요.

폐교를 앞둔 전주의 한 특수학교를 두고 장애아 학부모들이 교육청과 지자체의 책임 있는 대처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송태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적장애 1급인 14살 이준오 군에겐 등하굣길이 고생길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특수학교를 놔두고 한 시간 반씩 다른 학교로 스쿨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임현정 / 이준오 군 어머니 : 진짜 컴컴한 데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고요. 겨울에는 춥잖아요. 우리 아이가 그 추운 시간에 나와서 해도 안 뜬 시간에 나와서 차를 기다려야 하고 기저귀를 차고 가면 대소변도 안 되고….]

자림학교는 전주시 덕진구의 유일한 특수학교인데 2년 전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원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학생 100여 명은 재단 청산절차를 앞당겨야 학교를 빨리 정상화할 수 있다는 교육청의 말을 믿고 멀리 있는 다른 특수학교로 일단 전학했습니다.

잠시도 몸을 가누기 어려운 준오에게 전주 시내를 빙빙 돌아 다른 특수학교로 가는 길은 고통의 시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정상화되지 않았고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재단 설립허가가 취소되면서 다음 달 폐교를 앞두고 있습니다.

교육청은 전북지역 전체의 특수학교 정원이 부족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승일 / 전북교육청 정책공보담당관 : 버스 노선이랄지 이런 부분은 조정해서 개선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저희가 특수학교를 하나 더 설립할 계획은 잡혀있지 않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림학교 부지를 교육청이나 다른 민간단체가 인수해서 특수학교로 다시 운영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비리사학재단은 처벌해야 하지만 그 때문에 장애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건 옳지 않다는 겁니다.

YTN 송태엽[tay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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