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희생자-경찰관 통화 녹음 공개...소방 지휘관 중징계 처분

제천 화재 희생자-경찰관 통화 녹음 공개...소방 지휘관 중징계 처분

2018.01.11. 오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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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기 때문에 죽을 것 같다. 빨리 좀 와달라"

제천 화재 참사 당시 희생자들의 마지막 육성이 공개됐습니다.

안타깝게도 희생자들의 절박한 호소는 유족들의 가슴의 한으로 남게 됐습니다.

유족들은 강하게 항의했던 것은 희생자가 집중된 2층 여성 사우나 구조 과정이었죠.

소방청도 화재 진압 당시 사실상 유리창을 바로 깼어야 한다고 인정하고 책임자 4명을 중징계하기로 했습니다.

희생자를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 2층 여성사우나에서 13분간 3통의 구조요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2층에 사람이 몰려있다는 내용이 소방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여성 사우나에는 대피를 인도할 직원 조차 없었는데요.

결국은 또 인재였습니다. 언제까지 반복돼야할까요.

소방청은 소방 지휘관들의 지휘역량 부족과 건물 구조적 문제에 따른 인재였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성우, 이상곤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29명의 사망자와 4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제천 복합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화재 참사로 소방 공무원 4명이 중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먼저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으로 지휘책임과 대응부실, 상황관리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 됐습니다.

현장 지휘 총책임자인 이상민 제천소방서장과 김종희 지휘조사팀장 등 3명에 대해서도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습니다.

[변수남 / 소방합동조사단 단장 : 2층 내부에 요구조자가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특별한 지휘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의 사실을 종합하여 볼 때 지휘관으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2층에 구조 요청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도 화재 진압 후 주 계단으로 진입하려던 최초의 전술 계획을 변경하지 않는 등 전체상황을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무선통신망 관리소홀과 건물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습니다.

신속한 건물 확인 부족으로 2층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는 데다 구조 지시도 받은 게 없는 구조대는 현장에 도착해 3층에 매달린 1명을 구조한 뒤, 지하층 인명 검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방본부 상황실 역시 2층에 구조 요청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구조대에게 무전으로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번 소방합동조사단의 발표가 미흡하고 많은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유족들은 건물 비상구 사진을 공개하며 화염에 싸인 흔적이 없는데 화염이 거세 진입을 못 했다는 소방 당국의 해명은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류건덕 /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 : 소방청이 아닌 제3의 기관 또는 국회 차원에서보다 폭넓고 객관적으로 특별 조사해주기를 정중히 요청합니다.]

유족들은 또 2층 외에 다른 층 희생자들에 대한 조사도 부실한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주기를 요구했습니다.

YTN 이성우[gentlelee@ytn.co.kr]입니다.

[기자]
119에 최초 화재 신고가 접수되고 10분이 지난 오후 4시 3분.

건물 안에 갇힌 여성과 외부에 있던 경찰관 간에 통화가 이뤄집니다.

[희생자 : 연기가 너무 많이 들어왔어요. (몇 명이나 있어요? 사람이) 혼자요. 혼자. (혼자? 4층?) 4층인가 그래요.]

이 여성은 연기 때문에 점차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설명합니다.

[희생자 : 5층에서 내려왔는데 4층 정도 될 것 같아요. (4층?) 4층에 S마트 쪽으로 유리창으로 삼각형으로 된 데…. 거기.]

하지만, 빨리 구조해 달라는 공허함 외침만 이어졌고, 전화기 너머로는 현장을 통제하라는 지시만 들려옵니다.

[현장 녹음 내용 : 그쪽에서 통제 좀 부탁할게요. 여기서 통제 좀 해줘. 못 들어오게….]

경찰관이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별다른 대처는 없었습니다.

[현장 녹음 내용 : 4층인가 5층에도 사람 있다는데. (많아요. 안에….) 이것도 지금 안에 계신 분인데…. (못 나온 사람들이 많은가 봐.)]

여성의 숨소리가 점차 거칠어짐에도 소방관은 에어 매트를 펼치라는 지시만 했고, 현장에서는 유리창을 깨 달라는 울부짖음 마저 들립니다.

[현장 녹음 내용 : 내가 지금 아까까지 통화했잖아. 어떻게…. 유리창을 깨 달라는 데 못 깨고 있잖아. 지금 통화가 안 돼.]

유족들이 공개한 통화 녹음 내용은 13분 분량으로 화재 당시 오후 4시 20분까지의 현장 상황을 담고 있었습니다.

[류건덕 /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 : 소방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대처했었더라면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사람들을 모두 죽인 겁니다.]

유족들이 소방청의 합동 조사 결과에도 통화 녹음 내용을 공개하면서 소방의 초기 대처가 미숙했다는 논란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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