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동물 학대 논란 개 시장, 역사 속으로?

[취재N팩트] 동물 학대 논란 개 시장, 역사 속으로?

2017.12.21. 오전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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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여름, 시장에서 탈출한 개를 잔인하게 끌고 가는 영상이 SNS에 공개돼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부산 구포 개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는데요.

이곳 상인들이 개를 도축, 판매하는 일대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로 결의해 개 시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차상은 기자!

먼저, 구포 개 시장이 어떤 곳인지 설명부터 해주시죠.

[기자]
말 그대로 개를 판매하는 전통시장입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식용견으로 기른 개를 도축해서 정육점처럼 판매하고, 일부는 탕약처럼 만들어 팔기도 하는 곳입니다.

시장에 가봤더니 철제 우리에 갇힌 식용견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도축을 마친 상태의 개들도 가게 바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구포 개 시장은 6.25 전쟁 이후부터 구포 시장 한쪽에 형성됐는데요.

이른바 '보신탕 문화'가 일반적이었던 70~80년대에는 많게는 60곳이 넘는 가게가 영업할 정도로 번창했던 곳입니다.

[앵커]
그런데 시장 상인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겠다, 이런 의견을 모아서 동의서까지 제출했다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기자]
시장 상인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식용견 문화가 크게 쇠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인구가 천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개를 먹는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고 있는 겁니다.

60곳이 넘었던 구포 개 시장 가게도 지금은 20곳 정도만 남아있는데, 결국 식용견의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업종 전환의 큰 이유로 꼽힙니다.

또 한 가지는 수시로 불거지는 동물 학대 논란입니다.

지난여름 구포 개 시장에서 탈출한 식용견을 30m 넘게 질질 끌고 가는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많은 시민이 분노하기도 하고 학대논란까지 일었습니다.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악취와 소음 같은 민원도 꾸준히 제기돼 왔고, 동물보호 단체들의 지속적인 항의와 고발도 식용견 시장을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개 시장 상인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모았는데,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면서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구포 개 시장 상인들이 업종 전환에 동의는 했지만, 실제 업종 전환이 이뤄지려면 여러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상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다른 업종으로 바꿔도 생존에 문제가 없는 수준의 보상인데요.

상인들은 평생 영업해 온 가게를 접고 다른 가게를 열어야 하니 금전적인 보상을 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번 문제를 공론화한 부산지역 정치권과 동물보호 단체의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전통시장 현대화사업 같은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개 시장 상인들의 업종 전환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어느 정도 진통과 갈등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과거 성남 모란시장에서도 구포 개 시장처럼 업종 전환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는데, 모든 상인이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업종 전환이 추진되면서 지금도 일부 개 시장이 남아 동물보호 단체와의 갈등이 꾸준히 불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구포 개 시장에서는 모든 상인이 업종 전환에 동의한 만큼 상인과 시민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동물 학대 논란과 맞닿아 있는 식용견 문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슬기롭게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차상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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