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지급 수당 요청했더니 한 달짜리 근로계약서?

단독 미지급 수당 요청했더니 한 달짜리 근로계약서?

2017.12.01. 오후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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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쪼개기 계약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 달 간격으로 고용 계약서를 작성해 업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불공정 계약인데요.

강원도의 한 공공기관이 수영강사들에게 쪼개기 계약서를 내밀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춘천 도시공사가 시간제 수영강사들에게 내민 고용계약서입니다.

계약 기간 한 달에 1회 강습시간 50분으로 적혀 있습니다.

계약 해지 사유만 적혀있는 이런 계약서가 나온 건 지난달 초.

일부 강사가 수년간 받지 못한 주휴, 연차 수당과 퇴직금을 요구한 직후입니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당인데, 시간제 강사라는 이유로 여태껏 한 번도 준 적이 없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낸 끝에 수당과 퇴직금을 받기로 했는데, 이후 이 황당한 근로 계약서가 만들어진 겁니다.

[이다운 / 수영강사 : 불공정하다. 공정하지 못하다. 배려라는 건 서로가 해야 배려인데, 이거는 일방적인 배려를 저희한테 요구하는 사항이에요.]

수영강사 20여 명에게 계약서가 제시됐지만, 계속 일을 해야 했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황당한 건 강사들에게 전달된 계약서를 도시공사 담당자는 처음 봤다는 겁니다.

[춘천 도시공사 관계자 : (여기는 전혀 모르는 계약서라고요?) 전혀, 전혀 처음 보는 거에요. 제 선에서는 처음 보는 거에요.]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근로 계약서가 강사들에게 통보된 상황.

취재가 시작되자 도시공사는 담당 직원이 초안으로 작성한 계약서가 유출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도시공사 산하 수영장 관계자 : 강사분들한테 이렇게 할 예정인데 의견을 물어보려고 돌렸겠죠. 계약서대로 계약하는 것이 아니고 초안을 보고 의견을 내라고 돌렸는데 이런 부분에서 강사분들이 반발을 일으켰죠.]

미지급 수당을 요구하자 만들어진 황당한 쪼개기 계약서, 이후 정식 계약서가 아니었다는 해명.

공공 체육시설을 관리하는 지방 공기업이 벌인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YTN 홍성욱[hsw050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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