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총기 사고' 의문 수두룩..."잔탄 사격 있었다"

'철원 총기 사고' 의문 수두룩..."잔탄 사격 있었다"

2017.11.27.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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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9월, 군 사격장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철원 병사 소식이 있었는데요.

군 당국이 처음엔 튕긴 총알, '도비탄'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가 빗나간 탄, 유탄으로 정정하기도 했죠.

YTN이 당시 소대원들을 이끌던 소대장의 최초 진술서를 입수했는데 의문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고 당시 이른바 '잔탄 사격'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 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철원 총기 사고 당시 숨진 이 상병 등 소대원을 이끌던 박 모 소위.

취재진은 사고 이후 유일하게 구속됐던 박 소위의 최초 진술서를 입수했습니다.

진지 보수 작업이 끝난 후 산에서 내려오던 박 소위와 소대원들은 사고 발생 약 20분 전부터 아무런 총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현장 경계병도 사격이 끝난 것으로 판단해 소대원들의 통행을 막지 않았습니다.

군 수사 당국은 박 소위가 음악을 듣느라 총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소대원 요청에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었을 뿐 사격장 바로 옆에서 총소리가 묻힐 정도는 아니라고 진술했고, 함께 있던 대원들의 증언도 비슷합니다.

[사고 당시 소대원 : 사고 지점 경계병 있는 곳이랑 사고 지점까지 가는데 숲길이 아니라 아스팔트 길인데, 그때는 안 들리고 숲길(사고 지점)에 들어갈 때부터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진술서에 따르면 작업을 마친 뒤 복귀하겠다며, 사격장 관리 부대에 후문 개방 요청을 지시한 것도

숨진 이 상병이 머리에 총탄을 맞았을 때 사격중지를 외치며 뛰어다닌 것도 박 소위였습니다.

한편 사고 이후 해당 사격장은 대대적인 보수 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야 확보와 보수 공사를 위해 사격장 위 나무가 베어졌는데, 당시 사고 현장을 보여줄 모습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와 함께 사고 당시 군에서 얘기하는 이른바 잔탄 소비 사격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군 수사단은 2015년 이후 사격 방식이 바뀌며 일선 부대에서 잔탄 사격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전역자나 부대 관계자 다수가 최근까지 해당 사격장에서 잔탄 사격이 이뤄졌고, 잔탄 사격 과정에서 가능성이 큰 유탄 피해 사고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격장 관리 부대 관계자 : 잔탄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에 사격 다 끝나고 그냥 10분 정도만. (보고 안 하죠?) 보고를 뭐…. (남아 있는 탄이니까 한 10분 정도 소비하고 끝나는 거잖아요.) 네.]

표적 위 통행로가 지나가는 황당한 사격장 구조에 작업 부대와 사격 부대, 사격장 관리 부대의 안전조치 미흡이 복합적으로 만들어 낸 인명 사고.

임관한 지 넉 달 된 초급장교만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상황에서, 조만간 있을 군사재판이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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