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욕심에 소중한 보금자리 짓밟은 지역주택조합

돈 욕심에 소중한 보금자리 짓밟은 지역주택조합

2017.10.23.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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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침에 나설 때는 멀쩡했던 보금자리가 돌아와 보니 사라져 있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지난겨울 부산의 한 지역주택조합이 돈 욕심에 멀쩡하게 주민이 사는 빌라를 무단 철거한 사실이 경찰 조사로 드러났습니다.

김종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중장비가 건물을 부수면서 잔해가 골목으로 쏟아집니다.

불과 3시간 만에 4층 빌라는 자취를 감춥니다.

한 지역주택조합이 주민들 몰래 철거작업에 들어간 날은 지난해 12월 27일.

며칠 전 주민들에게 7억4천만 원에 빌라를 사기로 구두 약속하고는 계약 사흘 전에 무단으로 주민들의 보금자리를 짓밟았습니다.

철거 후에는 약속한 보상 가격이 아니라 절반도 안 되는 감정가격만 주면 된다는 어이없는 계산으로 벌인 일입니다.

[김회성 / 부산 남부경찰서 지능팀장 : 철거가 이뤄진 이후에 감정가격에 상응하는 3억천만 원만 공탁한 상태에서 (배상금) 지급을 거절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했습니다.]

빌라에 살던 4가구 주민 10명은 철거 당일까지 조합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몰랐습니다.

조합 측은 빌라 주변에서 지켜보다가 주민 10명이 모두 빠져나가는 순간을 노렸습니다.

9번째 주민이 빌라를 빠져나가자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은 계약 문제로 상의할 게 있다며 밖으로 유인한 뒤 철거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가재도구도 챙기지 못한 채 보금자리를 뺏긴 주민들.

숙박업소를 전전하는 고된 생활보다 더 슬펐던 건 보금자리가 무너지면서 가족의 추억까지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피해 주민 : 아이들 성장 과정 비디오테이프라든지 부모님 유품(이 사라져) 정말 그런 게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경찰은 빌라를 무단 철거한 혐의로 조합 관계자 9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2명을 구속했습니다.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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