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초동 수색 엉망...통장 발급 한 달 만에 알아

경찰 초동 수색 엉망...통장 발급 한 달 만에 알아

2017.10.20. 오전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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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살인미수 새터민이 79일 만에 붙잡힌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이 새터민이 오랜 시간 도피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부실했던 경찰 초동수색과 수사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도주 과정에서 통장을 재발급받았는데, 경찰은 한 달도 더 지나서야 이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나현호 기자입니다.

[기자]
전자발찌를 끊고 탈주한 지 79일 만에 인천에서 경찰에 붙잡힌 탈주범 유태준 씨,

[유태준 / 도주범 : (나주는 어떻게 빠져나가셨어요?) 전자발찌 끊고 나갔지. (나오세요! 아니 나오세요. 왜 그러세요!) 전자발찌 끊고 나간 거야 왜.]

유 씨는 도주 첫날 뒷산에 올라가 하룻밤을 지새우고는 이튿날 아침 일찌감치 내려왔습니다.

이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과 경기도를 돌며 도피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첫날 뒷산 수색도 제대로 안 했고 이튿날 유 씨가 산을 벗어나고서야 경찰견까지 동원해가며 며칠간 온 산을 쥐잡듯 뒤졌습니다.

[성봉섭 / 나주경찰서 수사과장 : 야간 수색은 사실은 밤이어서 계속 병원 앞 도로만 수색만 계속했지, 뒷산 수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유 씨가 통장을 쓸 때를 대비해 금융계좌 추적 영장을 받아 종종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유 씨가 지난달 7일에 통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지난 10일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유 씨의 계좌를 전혀 들여다보지 않은 겁니다.

유 씨는 자신이 만든 통장을 이용해 막노동하면서 받은 일당을 모아가며 집도 구하며 도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부실 초동대처나 수사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봉섭 / 전남 나주경찰서 형사과장 : 저희는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다 했다고 봅니다.]

이미 두 차례 월북 경력이 있는 유 씨는 북한에 있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인천 월미도 앞바다 탐색까지 마쳤습니다.

구명조끼와 오리발까지 사들이며 월북 준비를 하는 사이, 경찰은 유 씨의 계좌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허둥지둥하며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YTN 나현호[nhh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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