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뉘우친다"며 면회 때 '브이 사진'

"잘못 뉘우친다"며 면회 때 '브이 사진'

2017.10.17. 오전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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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 동안 10대 동갑 친구를 잔인하게 괴롭힌 '광주 또래 집단 괴롭힘 사건', YTN이 지난 7월부터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10대 사건인데도 이례적으로 가해자가 구속됐고 사건도 일반 재판부에서 담당해왔지만, 이 사건이 선고 하루 전날 소년부로 넘겨졌습니다.

피해 가족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며 합의해줬다는 것이 이유인데, 이번 뉴스 보시고 한번 판단해보시죠.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인간 샌드백이었다."

공원과 영화관 건물, 그리고 피해 학생 집에서까지 폭행과 괴롭힘은 시도 때도 없었습니다.

옷을 벗겨 1시간 동안 찬물을 뿌리고 알몸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힘이 센 친구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바쳤고, 매주 10만 원씩 돈을 상납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괴롭힘은 무려 2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알면 알수록 내용을 들을 때마다 말문이 막혀서 뭐라고 말하기도 너무 힘들고요. 왜 이렇게까지 아이들이 했는지 이제는 안 믿어져요.]

이런 잔혹한 사실이 YTN 보도로 알려졌고 가해 학생 가운데 2명은 퇴학 처분에 이어 이례적으로 구속까지 됐습니다.

재판도 소년이 아닌 일반 형사 재판으로 진행됐는데, 검찰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사안이 무겁다며 최대 징역 4년을 구형했습니다.

앳된 얼굴의 남성이 쇠창살 너머에서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리며 웃고 있습니다.

주요 가해자로 지목돼 구속된 학생 가운데 한 명입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선처를 요구하면서, 여자 친구 면회 때 이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습니다.

"교도소에서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징역 밥 먹는다고 무게 잡는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피해 가족이 이런 사실을 알고 항의도 했지만, 결국엔 재판받는 가해자 네 명 모두 합의해줬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아이들이 나왔을 때 이런 걸 (다시) 유포하거나 (다른 곳에) 얘기를 하는 거를 만약에 저희가 알았을 때 거기에 대한 처벌을 받겠다는 각서를 제가 받았거든요. 모두다. 한 번의 기회, 마지막 기회는 정말 주고 싶었어요.]

1심 재판부는 지난주 이 사건을 소년부로 보냈습니다.

피해자가 합의했고 가해자 측 진정성도 변호인을 통해 확인하는 등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정은혜 / 변호사 : (보호관찰 등) 굳이 형을 살지 않아도 다른 처분을 받음으로써 형을 대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소년사건으로 송치되는 것이 가해자한테는 더 유리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법적 절차상 문제는 없다지만, 이런 결정이 1심 선고 하루 전날에 난 데다, 또 진심으로 반성하는 지도 의심이 되면서 씁쓸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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