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발포 뒤 시민 무장" 경찰 첫 5.18 보고서

"계엄군 발포 뒤 시민 무장" 경찰 첫 5.18 보고서

2017.10.11. 오후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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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경찰이 다섯 달 동안 자체 조사를 벌여 90쪽짜리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계엄군의 무차별 폭행이 시민을 자극했고 군 등 국가 기관 자료는 조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시민군이 총을 든 이유는 계엄군이 먼저 시민을 향해 총을 쐈기 때문이라고 결론 냈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80년 6월, 당시 전남 나주경찰서 경무과장이 본청 감찰반에 낸 진술서입니다.

시민군이 경찰서를 습격해 총과 실탄을 빼앗아 간 시간은 5월 21일 오후 한 시 반!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집단 발포를 하고 30분가량이 지난 뒤입니다.

시민군이 먼저 총을 든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임준영 / 전남지방경찰청 경무계장 : (5·18 이후에) 보안사로부터 함구해라, 목격한 상황에 대해서 함구해라 이런 (얘기를 들어서) 그래서 (이번 조사 때도) 자신의 실명을 감추고 가명으로 해달라 그런 분도 있었고요.]

집단 발포 이전에 시민이 총을 탈취했다고 기록된 기존 보안사 자료는 조작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도경'(道敬)이라고 하지 않고 '경찰국'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표지에 적힌 한자 자체도 틀렸다는 겁니다.

본문에는 장갑차가 빼앗겼다는 내용도 있는데, 그때 경찰은 갖고 있지도 않던 장비였다고 밝혔습니다.

애초에 군이 광주에 투입될 필요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5월 18일 이전까지만 해도 경찰 기동대원이 야유회를 가고 특별 외박을 가는 등 치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공수부대가 시민을 무차별 폭행해 시민을 자극하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 수백 명이 개입됐다, 광주 시내가 무법천지로 변했다, 무장한 시민이 총을 들고 교도소를 습격했다, 같은 주장은 황당하고 전혀 사실과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강성복 / 전남지방경찰청장 : 당시에 시위 상황이 과연 그렇게 그렇게, 전남의 총기 상황이 극단적이었고 또 군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치안이 무질서했는지 이런 부분들은 사실 경찰이 언급해야 하거든요.]

광주 시민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내용도 담았습니다.

공수부대가 초기에 과격 진압을 할 때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고 5·18에 대한 경찰 자체 진상 조사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다며 사과했습니다.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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