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과 청년] 청년과 전통시장...미완의 실험

[지방과 청년] 청년과 전통시장...미완의 실험

2017.09.14. 오전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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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방과 청년' 기획시리즈 네 번째 순서.

이번엔 전통 시장에 들어간 청년들 이야기입니다.

전국 전통시장 60여 곳에 청년들이 운영하는 상점인 '청년몰'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시장에 젊은 고객을 유치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지원한 사업인데요.

명암이 엇갈립니다.

백종규 기자입니다.

[기자]
전주 한옥마을 근처 남부시장 청년 몰은 독특한 청년문화와 한옥마을 관광객의 방문으로 성공한 사례입니다.

'적당히 벌어 아주 잘 살자'를 목표로 2011년부터 청년 30여 명이 들어와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흔한 건 아닙니다.

남부시장에서 약 2km 떨어진 신중앙시장 2층에 정부가 창업지원 공모사업으로 추진한 청년 몰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인데도 식당에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IT 기업에 다니던 이창근 씨는 마흔 이전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정부의 공모에 응했지만, 지금은 실망이 큽니다.

[이창근 / 청년 상인 : (손님들끼리 이야기해서) 소문이 돌았는지 모르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구경하러 오시는 손님들도 없거든요.]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인 30살 부티니 씨도 한국식의 매운 쌀국수를 개발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지만, 입소문을 타지 못했습니다.

[부티니 / 베트남 출신 청년 상인 : 그대로 이렇게 손님 없는 상황에 매출도 없고 버틸 수 없잖아요. 나가는 돈도 어마어마하게 많은데요.]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 청년 몰은 처음에는 10명의 청년이 장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2곳만 남아있습니다.

침체 된 전통시장 상권 안에서 자리를 잡기 쉽지 않아 장사를 포기한 겁니다.

이 청년 몰은 처음부터 삐걱댔습니다.

공모에 뽑힌 10명 가운데 5명이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창업을 포기했고 우여곡절 끝에 사람 수를 채웠지만, 대부분 자격 미달이었습니다.

[이창근 / 청년 상인 : 직장을 다니는 중에 본인이 여기서 근무하는 것이 아닌 아르바이트를 두고 가게를 꾸려 나갈 생각으로 들어왔다는 거죠. 이게 정말 제대로 자격 조건이 되는 사람을 뽑은 건지.]

전통시장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긴 호흡으로 추진할 일을 1~2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정책목표 때문에 성급하게 밀어붙인 것이 실패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김창환 / 전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도시재생지원국장 : 시장이라고 하는 곳을 단순히 장사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면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시장은 문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복잡하고 쉽게 해석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아니거든요.]

정부가 전국 60여 개 전통시장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년 몰 사업이 취업에 목마른 청년들에게 또 한 번의 실패 경험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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