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목줄' 놓고 다툼...밀려 넘어진 60대 위독

개 '목줄' 놓고 다툼...밀려 넘어진 60대 위독

2017.09.13. 오전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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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목줄 풀린 사냥개 4마리가 산책 중이던 부부를 습격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개 목줄 때문에 주민 사이에 시비가 붙어 한 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났습니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였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사건을 취재한 기자와 전화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나현호 기자!

애완견 때문에 시비가 붙었다가 피해자가 생명이 위독해질 정도로 다쳤다고 하는데, 어떻게 다치게 된 겁니까?

[기자]
우선 사건이 일어났던 엘리베이터 CCTV를 보면서 설명을 하면요.

맨 오른쪽에 개를 안고 있는 남성이 있는데, 화면 왼편에 있는 64살 최 모 씨에게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나가라고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개를 내려두더니, 최 씨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거세게 밀어버립니다.

몸을 가누지 못한 최 씨는 아파트 복도 바닥에 뒤로 넘어져서 크게 다쳤습니다.

[앵커]
피해자 최 씨의 상태가 위독하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로 크게 다친 겁니까?

[기자]
사고 당시, 피해자 최 씨 머리 뒤통수가 바닥에 그대로 부딪혔는데요.

이 때문에 머리 뒷부분 뼈가 부러졌습니다.

또 뇌출혈 증상까지 발견돼 수술까지 받아야 했는데요.

병세가 점차 악화하면서 현재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대학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의식도 없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거라고 가족들에게 설명했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깨어나더라도 후유증이 무척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평소 건강하던 최 씨가 갑작스레 변을 당하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는 데요.

가족들의 심경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최정호 / 피해자 최 씨 아들 : 아무 생각도 안 들어요. 솔직히…. 아버지만 깨어나셔서 회복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현재로써는 의사가 가망도 없다고 하니까 너무 답답하고….]

[앵커]
최 씨 가족들의 심경이 정말 참담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이 애완견을 두고 시비가 붙어 벌어졌다고 하는데, 정확히 뭣 때문에 다툼이 난 겁니까?

[기자]
CCTV 화면으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밀치기 1, 2분 전의 상황을 보면요.

가해 남성과 동거 여성이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탑니다.

그리고는 강아지 목줄을 풀어 놓아 돌아다니게 하는데요.

이후 피해자는 내리면서 엘리베이터를 잡아 두고 가해자의 동거 여성에게 뭔가를 설명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해 남성이 가차 없이 최 씨를 밀어 버립니다.

현재 피해자가 의식이 없어서 CCTV 화면과 가해자 진술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당시 피해자 최 씨와 가해자의 동거 여성은 애완견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 씨가 엘리베이터처럼 주민이 공동으로 쓰는 공간에서는 개 목줄을 채우거나 바구니에 담아서 다닐 것을 요구했는데요.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화가 난 가해자가 피해자를 밀어버린 겁니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는 "동거 여성의 몸이 좋지 않은데, 최 씨가 자꾸 붙잡고 항의해 떨쳐내려고 밀쳤다"고 진술했습니다.

[앵커]
결국, 반려견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다툼이 큰 부상으로 이어진 거군요.

그런데 가해자가 외국인이라던데, 사고 직후 별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요?

[기자]
CCTV로 확인한 내용인데요.

피해자가 살던 집이 7층에 있는데, 가해자가 최 씨를 밀어버린 뒤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납니다.

위층에 있는 집으로 올라가 버린 건데요.

7층 주민에 따르면 사건 당시 최 씨가 넘어지면서 '쿵'하는 소리가 아주 크게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보려고 일부 주민들은 복도로 나와보기까지 했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뼈가 부서져 피해가 큰 상황인데도, 정작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는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가해자는 약 2분 뒤, 같이 있던 강아지 두 마리는 집에 내려두고 서야 동거 여성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장에 나타납니다.

YTN 취재 결과 가해 남성은 2009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미국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로 전남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원어민을 출국 정지시키고, 폭행치상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가족 입장에서는 무척 황당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가족들이 원어민이 밀쳐서 사고가 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요?

[기자]
가족들은 왜 아버지가 갑작스레 쓰러지고 심하게 다쳤는지 영문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최 씨에게 변이 난 것을 이상하게 여겼고, 아파트 경비실을 찾아가 CCTV를 확인하게 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가해자가 아버지를 밀쳐버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사건 당시, 사건의 진상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버린 원어민에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또 이 모든 사건이 애완견 '목줄' 때문에 일어난 데 대해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데리고 다닐 때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게 돼 있습니다.

반려견에 주민이 물리거나 위협을 당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데요.

동물에 대한 보호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주민이 다치거나 다툼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안전 조치도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나현호[nhh7@ytn.co.kr]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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