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주민 기증 경비실 에어컨 '코드 뽑힌 사연'

단독 입주민 기증 경비실 에어컨 '코드 뽑힌 사연'

2017.08.09. 오전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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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아파트 주민이 무더위에 고생하는 경비원을 위해 자비를 들여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경비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관리사무소와 다른 입주민들이 에어컨 가동을 막아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차상은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아파트 경비실은 찜통으로 변했습니다.

해가 뜬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내온도는 30도를 훌쩍 넘었고, 선풍기가 켜져 있지만 쉴새 없이 흐르는 땀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아파트 경비원 : 물을 많이 마셔야지요.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밖에 나가 바람 통하는 곳에 있어야죠. 안은 더워서 어떨 때는 숨이 턱턱 막힐 때도 있으니까요.]

경비원의 이런 어려움을 알게 된 한 아파트 주민이 얼마 전, 집 앞 경비실에 에어컨을 기증하면서 상황이 나아지는가 싶었지만,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한 입주민이 무더위에 지친 경비원을 위해 자비를 들여 에어컨을 설치했지만, 이렇게 코드가 뽑힌 채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에어컨 사용을 막은 건 다름 아닌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다른 입주민들이었습니다.

전기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고, 에어컨이 없는 다른 경비실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파트 관계자 : 전체 경비실에 에어컨을 다 놔주든지, 아니면 전체 이용을 안 하도록 하든지. 그게 형평성에 맞으니깐….]

일부 주민들은 모든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안건을 냈지만, 입주자 대표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설치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경비실에 에어컨 기증한 주민 : 전기요금 그거 얼마 안 나오는데…. 한 동에 100가구가 넘게 사는데 (추가 관리비가) 천 원도 안 되는데, 여름에 잠깐 트는 건데…. 그걸 가지고 쓰지 말라는 건….]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경비원을 위해 에어컨을 자발적으로 설치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지만, 이곳 경비원들에게는 아직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YTN 차상은[chas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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