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도청에 취약한 119 무전, '시신 장사'에 먹잇감

여전히 도청에 취약한 119 무전, '시신 장사'에 먹잇감

2017.08.01. 오후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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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19 무전을 훔쳐 듣고 이른바 '시신 장사'를 해 45억 원 상당을 챙긴 일당이 적발됐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같은 범행으로 적발된 사람들이 여전히 보안이 취약한 119 무전을 먹잇감으로 삼았습니다.

김종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19상황실에서 담당 안전센터로 보내는 무전입니다.

[119 무전 : 53세 남자 의식 호흡 없음. 심정지 추정.]

무전기로 훔쳐 듣고 있던 남성이 누군가에게 대포폰으로 보고합니다.

[119 무전 도청 조직 통화 : 분명히 좌동인가 싶었는데 사직동이네요, 형님.]

일당은 곧바로 사설 구급차를 현장에 보내 시신을 수습해 특정 장례식장으로 보냈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나중에 유족에게서 받은 장례 비용 가운데 일부를 일당에게 사례로 지급합니다.

[김상동 /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 총책 그리고 도청하는 조 그리고 출동 조 그리고 권역별 장례업자. 이렇게 조직적으로….]

임 모 씨 일당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19 무전을 도청해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방법으로 이른바 '시신 장사'를 벌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변사 사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3천여 건을 가로채 45억 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같은 범행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지만 119 무전이 여전히 도청에 무방비여서 일당은 어렵지 않게 또다시 '시신 장사'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반송, 도로, 할아버지, 쓰러진 상태. 의식은 좀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경찰은 임 씨 등 6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지만 일당이 운영한 감청 상황실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일당이 이번 건으로 처벌받은 뒤 출소하면 숨겨둔 감청 상황실을 다시 운영해 또다시 '시신 장사'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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