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뒤 폭우에 두 번 우는 농민들

가뭄 뒤 폭우에 두 번 우는 농민들

2017.07.17. 오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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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록적인 폭우에 농경지 피해도 잇따르면서 피해 지역 농민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입니다.

극심한 가뭄을 이겨내며 키워온 농작물들이 한순간에 모두 물에 잠겼기 때문인데, 피해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이상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넓은 농경지가 누런 흙탕물에 잠겨 버렸습니다.

비닐하우스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고, 인근 전봇대도 맥없이 쓰러졌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하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길이 끊어졌고, 비닐하우스 안에 있던 농작물은 흙탕물을 그대로 뒤집어썼습니다.

비닐하우스 천장 가까이 찼던 물은 빠졌지만 이제 막 수확을 시작한 오이는 진흙 범벅이 돼 모두 못 쓰게 됐습니다.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 대신 절망감을 준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심재용 / 폭우 피해 농민 : 오늘부터는 한 개도 출하도 안 되고 보다시피 오이도 전부 전멸된 상태입니다.]

인근 비닐하우스 옆 작업장은 선풍기와 가스통이 나뒹굴면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폭우가 내린 지 하루가 지났지만, 물까지 빠지지 않으면서 애호박은 그대로 썩어가고 있습니다.

[송진용 / 폭우 피해 농민 : 가물 때 물 주고 하느라고 엄청나게 고생 많이 했는데 농작물 값도 별로 좋지 않고….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농가로서는 엄청난 피해가 왔다고 생각해요.]

밭작물도 온통 진흙을 뒤집어쓰면서 온전한 것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충북에서만 농경지 3천ha 정도가 침수되거나 매몰 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가뭄을 견뎌내며 힘겹게 농사를 짓던 농민들의 노력이 한순간의 집중호우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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