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겁주고는 뇌물 받고 '일사천리' 공무원

'버럭' 겁주고는 뇌물 받고 '일사천리' 공무원

2017.07.17.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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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사 감독 권한이 있는 지자체 6급 공무원이 업체 관계자를 겁준 뒤 뇌물을 수수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긴 녹취가 공개됐습니다.

뇌물을 건네자 업체 입장에서는 어렵기만 했던 공무원이 민원 해결사로 돌변했습니다.

김종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부산의 한 지자체 회의 자리.

공무원이 기술자를 고용하지도 않고 한 것처럼 꾸몄다고 설계업체 관계자를 호되게 꾸짖습니다.

[조 모 씨 / 공무원 : 부산시에도 공문 다 보낼 거에요. 참여 안 했다고 해서. 이게 얼마나 큰 그겁니까. 법상에도 돼 있잖아요? 명의도용 혐의, 명의도용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랬던 공무원이 한 달여가 지나자 나긋한 목소리로 업체 관계자에게 요구하는 데로 해줄 테니 술값을 대신 내달라고 말합니다.

[조 모 씨 / 공무원 : (그때 드신 것 100만 원 결제하면 되네요.) 아! 그것만 해주세요. 미안하지만. 그 돈은 나중에 설계 변경할 때 올려 준다 아닙니까?]

나중에는 직접 돈이나 선물을 받기도 한 이 공무원.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 6급이었습니다.

[한강호 / 부산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장 : 해양 항만 관련 설계 용역과 설치 공사 감독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입니다.]

어항 공사에 참여했다가 공사가 중단되면서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돈만 받게 됐던 설계용역업체.

뇌물 대가로 설계용역비 1억2천만 원을 올려받는 직접 이익도 챙기고, 불법 하도급이나 자격증 대여 같은 업계 관행을 묵인해 주는 간접 이익까지 누렸습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해당 공무원이 2천여만 원을 받은 사실만 드러났지만, 업계에서는 수수한 돈이 훨씬 많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은 공무원과 설계용역업체 대표 등 2명을 구속하고 뇌물을 건넨 다른 업체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무자격 업체 관계자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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